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국가시스템개혁분과위원장인 임혁백(任爀伯) 고려대 교수는 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 ‘국정 및 국회운영 방향’ 기조발제를 통해 열린우리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에 강경파인 정청래(鄭淸來) 의원 등이 강하게 이의를 제기해 장내 분위기가 한때 어색해지기도 했다.
임 교수는 사회적 다수로서의 헤게모니를 획득하지 못하는 이유로 △도덕적 우월주의 △국민 설득이 없는 성급한 개혁 추진 △아군 대 적군의 이분법적 피아(彼我) 구분 △개혁 주체를 지나치게 좁은 아군의 영역으로 제한한 점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임 교수는 국민의 이념 분포 양상을 진보 20∼30%, 보수 30∼40%, 중도 30∼50%로 분석한 뒤 “지금은 진보의 이탈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중도세력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타협과 통합에 주력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가보안법 등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노출한 전략상의 오류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타깃으로 삼는 ‘개혁 대상’이 서로 다른 네 가지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다보니 각 법안을 반대하는 세력을 오히려 결집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다양한 개혁을 동시다발로 추진하는 전략은 정부 여당에 안정적 지지기반이 형성되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또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거의 적폐 청산을 목표로 한 개혁법안은 국민에게 미래지향적 희망을 주지 못해 호소력이 떨어진다”며 법안 처리 시기도 문제삼았다.
이어 임 교수는 야당과의 정책 경쟁을 통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적을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정책적 경쟁을 하더라도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차별성에 집착하지 말고 한나라당과 공통분모를 찾거나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이에 정 의원은 “쟁점 법안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것은 한나라당이 발목잡기식의 ‘땡깡 정치’를 폈기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은 경제활성화 정책의 이득이 정부 여당에 갈 것으로 생각하며 반대하기 때문에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임 교수는 “한나라당이 발목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정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양승조(梁承晁) 의원도 상생 정치가 안 되는 원인으로 한나라당의 ‘발목잡기’를 들었으나 임 교수는 “국민은 상생 정치가 안 되는 일차적 책임을 집권 여당에 묻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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