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에선 여권의 과거사 공세가 거세다. 과거사 공세의 주 타깃이 박정희(朴正熙) 정권 시절에 맞춰진 만큼 박 대표도 사실상 ‘유효사거리’ 안에 들어갔다.
박 대표는 논란이 됐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의를 표명하며 정면 돌파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는 4일 의원 연찬회에서 “만약 당에서 과거사 문제로 내가 걸림돌이 된다면 대표직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박 대표 측은 과거사 정국에 대한 대처 방식에 박 대표의 대선 경쟁력 평가가 달려 있다고 본다.
당 내에선 박 대표의 리더십에 정면 도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만 해도 박 대표에 대한 직접 공격은 일부 비주류 의원들에 국한됐으나 이제 소장파와 중도파 의원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4일 의원 연찬회에서는 박 대표가 당명 개정 시한을 표결에 부치려 했으나 비주류 및 중도파 의원들의 벽에 부닥쳐 무산됐다.
한 핵심 당직자는 “지난해엔 17대 총선에서 위력을 발휘한 ‘박근혜 효과’ 때문에 의원들이 반발하기 어려운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거품이 걷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 측은 비주류와 소장파 의원들의 박 대표 압박의 최종 목표가 ‘낙마’에 맞춰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대선 후보군의 외연 확대’를 비롯한 성급한 대선 논의가 터져 나오는 게 심상치 않은 징후라는 것.
박 대표 측이 잠재적 대선 주자인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런 기류와 무관치 않다. 특히 이 시장은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국방부를 제외한 정부 부처를 충남 연기-공주로 옮기자는 정부 여당의 수도 이전 후속대책과 이에 대한 박 대표의 대처방식을 동시에 비판하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설 연휴 직후 본격적으로 벌어질 국가보안법 등 3개 쟁점법안과 수도 이전 후속 대책 협상은 ‘박근혜 리더십’이 넘어야 할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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