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직후 북한이 또다시 ‘벼랑 끝 전술’을 사용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기류는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단 선언 나오기까지=3일 백악관이 “북한이 6자회담에 참석하겠다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밝힐 때까지만 해도 4차 6자회담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부시 대통령의 취임사나 연두교서에서 북한에 대해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분위기를 낙관케 했다.
마이클 그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은 최근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돌며 지난해 6월 3차 회담 이후 8개월째 중단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납북 일본인 가짜유골 문제’를 회담 중단 이유로 들었다.
미국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는 시점인 데다 일본은 6자회담의 종속변수라는 점에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미국의 향후 카드는=북한의 6자회담 중단 발표는 미국 내 대북한 강경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미 행정부는 3차 회담 이후 6자회담이 공전을 거듭하는 동안 밖으로는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대북압박 방법을 논의해 왔다. 정책의 강도와 우선순위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을 뿐 강경한 ‘채찍’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말이 행정부 내에서 흘러나왔다.
따라서 북한이 먼저 6자회담 중단을 선언함으로써 미 행정부의 분위기는 강경한 쪽으로 쉽게 정리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최근 미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4차 6자회담이 결렬될 경우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고 각종 경제제재를 취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논의되다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묻어둔 5자회담 방안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북한을 ‘왕따’시키고 나머지 5개국만이 북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방안이다.
이 방안을 지난해 말 처음 제기했던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오든 말든 북핵 문제를 관계국들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면서 “북한에 협상테이블로 나오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5자회담이 됐건 다른 방안이 됐건 미국은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 뒤 곧바로 행동에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동참하는 경제제재를 가장 효과적인 제재수단으로 보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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