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애국가 배포도 불법…정부서 저작권 사자”

개정 저작권법 시행 이후 일부 누리꾼(네티즌)들이 애국가 사용 시 저작권료를 무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문화관광부가 행정자치부에 애국가 저작권의 일괄 구입을 요청했다.

문화부는 5일 행자부에 보낸 협조문에서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애국가를 테이프로 만들어 배포하는 행위나 MP3 파일로 만들어 온라인상에 올려놓는 행위 등이 모두 불법이므로 애국가 테이프 제작 등을 통한 모든 행정행위가 문제될 수 있다”며 “애국가 주무 부서인 행자부가 안익태(安益泰·1906∼1965) 선생의 유족에게서 저작권을 일괄 구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화부가 행자부에 애국가 저작권 일괄 구입을 요청한 것은 2003년에 이어 두 번째. 당시 행자부는 “애국가는 공공재이므로 저작권과는 별개”라고 해석해 구매하지 않았으며 지금까지 정부가 애국가를 사용한 데 대해서는 일절 저작권료를 물지 않았다.

한편 누리꾼들은 실연자(가수, 연주자)와 음반제작자에게 전송권을 부여한 개정 저작권법이 지난달 시행되자 국가의 상징인 애국가도 무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며 문화부 홈페이지 등에 항의 글을 올려 왔다. 그러나 법개정과는 관계없이 애국가의 전송권은 이미 저작권자에게 인정돼 왔다.

애국가의 저작권은 안익태 선생의 부인 로리타 안 씨(83·스페인 거주)에게 상속됐으며 사후 50년이 되는 2015년까지 보장된다. 안 씨는 1992년부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신탁해 프로야구 경기장이나 방송 등에서 사용하는 애국가의 저작권료를 받아왔으며 2004년에 받은 저작권료는 800여만 원이다.

문화부 관계자는 “일괄 구매 가격은 현재로선 추산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저작권을 사온다면 앞으로는 애국가 사용 저작권료를 전면 면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김윤배(金潤培) 국가상징담당 사무관은 “정부가 애국가의 저작권을 사들이려면 국민 여론과 법 감정 등 사전에 검토해야 할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며 “문화부의 요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어떤 방침도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