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남 전 북한축구대표팀 감독(57·사진)이 울산대 축구팀 사령탑을 맡아 한국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펼치게 됐다. 북한 축구 인사가 국내팀 사령탑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울산대는 11일 문 감독을 축구부 신임 감독으로 확정하고 사령장을 수여했다. 울산대 김광철 체육진흥팀장은 “문 감독은 북한 대표팀뿐 아니라 청소년과 여자팀까지 두루 거친 정상급 감독이다. 국내 지도자와 다른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03년 8월 가족과 함께 탈북한 뒤 지난해 1월 입국한 문 감독은 1990년 북한 대표팀 사령탑을 처음 맡았다. 북한은 감독 3, 4명을 뽑아 청소년과 올림픽팀, 대표팀을 돌아가며 맡긴다. 그는 그해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북한을 2위에 올려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이듬해 남북이 단일팀으로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북측 코치를 맡았다. 당시 남측 코치였던 최만희 수원 삼성 2군 코치(49)와는 호형호제하는 사이. 1994년 스웨덴 여자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선 북한여자대표팀을 2위로 이끌기도 했다.
문 감독은 깊이가 있고 선이 굵은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세계축구의 흐름을 꿰고 있고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축구에 힘을 쏟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감독은 “한번 만나보지도 않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과 남한의 축구 지인들이 추천해 준 것이 울산대 감독이 된 계기가 됐다”며 “남북 축구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많다. 양쪽을 비교해 장점을 살려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 같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말 현역시절 부상으로 함몰된 왼쪽 코뼈 성형수술을 받은 문 감독은 그동안 북한 출신 지인들과 어울려 조기축구를 하며 남한생활에 적응해왔다.
울산=정재락 기자 jrjung@donga.com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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