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北核해법 고민]남북채널 불통

  • 입력 2005년 2월 13일 18시 10분


미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백악관에서 딕 체니 미 부통령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 직후 뉴욕타임스는 체니 부통령이 반 장관에게 대북 비료제공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빚었다. 워싱턴=연합
미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11일 백악관에서 딕 체니 미 부통령을 면담했다. 이날 면담 직후 뉴욕타임스는 체니 부통령이 반 장관에게 대북 비료제공 중단을 요청했다고 보도해 논란을 빚었다. 워싱턴=연합
북한은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통 큰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고민 또한 깊었을 것이라는 게 서울과 워싱턴의 공통된 시각이다.

한국 정부 또한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사태가 벌어졌지만 해결을 주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발을 구르고 있다.

▽평양의 잠 못 이루는 밤=북한이 ‘핵무기 보유 선언’이라는 벼랑 끝 전술로 돌아선 것은 장고(長考) 끝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한국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는 대북 정책라인을 강경파로 가득 채운 데 이어 핵물질의 리비아 수출 문제를 놓고 북한을 코너에 몰아넣을 태세였다. 최근엔 믿었던 중국마저 미국에 기울어가는 징후를 보였다.

한국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얼마 전 북한의 핵물질 수출 문제를 설명하러 온 마이클 그린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직접 면담했다”면서 “북한은 중국 수뇌부의 이런 태도에 경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그린 선임국장은 1월 말∼2월 초 일본 중국 한국을 차례로 방문했다.

근본적으로는 북한은 핵 카드를 포기하면 결국 ‘국제 미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가장 고민했을 것이라는 게 워싱턴 외교소식통들의 분석이다. 리비아는 석유라도 있지만 북한은 적수공권(赤手空拳)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제한적 지원과 일본의 수교 대가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미국이 ‘다자간 안정보장’을 약속하고 있지만 이 또한 언제든지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고 지레 판단한 끝에 ‘악수(惡手)’를 뒀다는 것이다.

▽대북 채널 없는 서울의 고민=한국 정부도 답답하다.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물밑 채널’을 가지고 있었지만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북측에 “할 말이 있으면 장관급회담이라는 공식 창구를 통하라”고 얘기해 왔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문정인(文正仁) 동북아시대 위원장이 거의 유일한 채널이지만 (핵문제를 거론할 정도로) 정상 가동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을 설득해 지난해 6월 말 3차 6자회담에서 새로운 북핵 해법을 제시하도록 만든 것도 한국 정부지만 북한은 평가에 인색했고 북-미 양자협상만 요구했다.

한국의 한 북한전문가가 북한의 이런 태도를 “반미 사대주의의 모습”이라고 비판할 정도이다.

현재로선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의 이달 말 방북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그를 만나 줄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왕 부장이 평양을 방문한다고 북한의 갈 길이 달라질 수 없다”는 뜻을 중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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