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올해는 개헌 논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시기상조론을 펴면서도 국회의 개헌 논의에 대해선 지원 의사를 밝혔다.
▽정부 여당의 개헌론 불 지피기=열린우리당 이석현(李錫玄) 의원은 이날 정치 통일 외교 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단임제는 과거 독재정권의 폐단을 막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제 시대가 변했다”며 “4년 중임제 개헌을 착실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열린우리당의 총선 공약임을 상기시켰다.
같은 당 정장선(鄭長善) 의원도 “개헌 논의를 전면화하지 않더라도 개헌에 대한 철저한 연구는 지금부터 필요하다”며 “민간으로 구성된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연구위원회’를 구성해 내년 초까지 안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답변에 나선 이 총리는 “(개헌) 내용에 대한 검토는 각 당에서 하겠지만 정부는 경제에 역점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대통령 5년 단임제의 문제점에 대해선 “1988년부터 네 번에 걸쳐 운영해 와서 장단점을 충분히 판단할 근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어 “정부의 준비도 있어야겠으나 이 문제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므로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돼야 할 사안”이라며 “국회에서 충분히 논의될 수 있도록 특별위원회 같은 게 설치됐으면 하는 견해를 말씀드리며 정부는 자료 등을 충분히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무르익는 정치권 분위기=정부 여당의 개헌론 제기는 이달 초 한나라당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개헌 논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한 화답의 성격이 짙다. 박근혜(朴槿惠) 대표도 ‘4년 중임제 개헌’을 소신이라고 밝혀 왔다.
여당 쪽의 개헌론 제기가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불을 지피는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큰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의 열린정책연구원은 권력구조 개편 문제를 올해 연구과제로 채택했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개헌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기로 해 개헌 논의의 기초공사는 사실상 시작된 상태다.
이석현 정장선 의원은 이날 △올해 내에 민간 중심의 개헌 연구기구 구성 △기초 시안 마련 △내년부터 정치권의 본격 논의라는 구체적 방식과 절차까지 제시했다. 이 의원은 권력구조 개편뿐만 아니라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의 제한까지 언급했다.
한나라당 박세일(朴世逸) 정책위의장도 “학계에서 먼저 개헌 문제를 논의한 뒤 정치권이 가세해야 한다. 영토 문제와 경제 사회 조항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내년 초부터 포괄적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정치권의 개헌론 주요 발언록
발언 인사 | 시기 | 발언 내용 |
노무현 대통령 | 2002년대선후보 시절 | 임기 내 권력구조 개편 위해 개헌을 검토하겠다 |
이해찬 국무총리 | 2004년 4월 | 대통령 5년, 국회의원 4년 임기는 불합리하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 2004년 4월 | 4년 중임 대통령제가 소신이다. 당내서 논의하겠다 |
김원기 국회의장 | 2004년 7월 | 2006년쯤 개헌이 논의될 것이다 |
김덕룡 한나라당 원내대표 | 2005년 1월 | 매년 선거하는 상황에서 개헌은 옳은 측면도 있다 |
박세일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 2005년 1월 | 권력구조, 사회경제, 인권, 남북관계 등 비합리적 헌법조항의 전반적 검토가 필요하다 |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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