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와중에 14일 뉴욕타임스가 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칠레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김정일(金正日·오른쪽) 국방위원장을 ‘나쁜 사람(a bad guy)’이라고 지칭했다고 보도하자 청와대는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외국 국가원수와의 회담 내용은 가타부타 확인해 주지 않는 게 관례. 그러나 청와대는 즉각 이를 부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자칫하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도 있다는 고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한 게 아니라 ‘상대하기 힘든 사람’이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국제사회가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들고 나오는 김 위원장의 태도를 꼬집은 셈이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다른 외국 국가원수에 대해선 이런저런 언급을 했지만, 유독 김 위원장에 대해선 개인적인 생각을 드러낸 적이 없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김 위원장에 대한 시각은 꼭 호의적이지는 않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이다.
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인사는 최근 “노 대통령이 사석에서는 종종 김 위원장을 비판하곤 한다”며 “국내 일각에서 마치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감싸고돈다는 식으로 매도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2003년 5월 미국 방문 때 공영방송인 PBS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한이 낡은 체제에 집착하고 있으며, 북한이 추구하는 가치들이 북한 주민의 이해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상대라고 보지 않는다”고 김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적도 있다.
대북화해정책을 지지하면서도 이런 점에서 노 대통령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과는 다른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4개월 전인 2000년 2월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은 좋은 판단력과 지식을 가진 유능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