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일방적 행정편의 위주의 주민등록제도는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개인의 재산 보유 및 각종 신상 통합 정보가 순식간에 노출된다. 관련 정보가 신용카드와 이동통신회사, 병원, 기업, 학교 등에도 축적 보관 관리돼 생각지도 않던 문제가 발생하거나 결혼과 병력(病歷) 노출 등 심각한 사생활 침해가 빚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이른바 영미법계 국가 대부분은 주거등록제도는 물론이고 국가 신분증제도와 개인 식별번호를 두지 않고 있다. 독일의 경우 주거등록제도와 국가신분증제도를 두고 있지만 신분증을 발급할 때 부여하는 일련번호는 ‘사람’이 아닌 ‘신분증’에 부여하는 것으로 새 신분증을 발급할 때마다 새 번호가 부여되도록 하고 있다.
디지털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에게 강제 부여되는 주민등록번호는 공적(公的) 데이터에 의한 감시체제(Data-veillance)를 가져올 소지가 높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디지털 강국인 한국은 자칫 ‘사생활 노출 강국’이 될 수도 있다.
정부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 신상 정보가 시민 개개인의 내밀한 프라이버시라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보화시대일수록 개인의 사생활은 더욱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 호주제 폐지에 따른 새로운 신분등록제도 도입 때 현 주민등록제도의 여러 문제점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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