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보도가 나간 17일에 이어 18일에도 정 의원은 인터넷에서 최고의 화제였다.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에 처음 소개된 YTN 관련기사에 붙은 댓글은 이날 오후 3시 현재 1만5000개를 넘어섰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1년에 한 두 건 밖에 없다.
대부분의 국내 포털 사이트 정치인 검색어 순위 맨 꼭대기도 정 의원의 이름이 차지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정 의원에게 ‘묵사마’라는 별칭을 붙여주며 놀려댔다. 정 의원이 묵주를 받기 위해 모 여인을 만났다고 해명을 한 것에 착안, 용사마에 빗대 묵사마로 부르고 있는 것.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정 의원이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단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언론보도 어디에도 정 의원이 불륜을 저질렀다고 판단할만한 정황은 들어있지 않다.
이와 관련해 몇몇 언론을 중심으로 보도의 선정성과 공인의 사생활(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 돼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이재진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정 의원은 중요한 공인(公人)이지만 이번 일은 정치적 활동이 아닌 철저한 사생활 문제”라며 “굳이 보도할 사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이날 보도가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민감한 내용을 선정적으로 접근했다”면서 “보도 윤리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문화일보는 “이번 보도가 해외방송사에서 유행하고 있는 ‘리얼리티쇼’ 방식을 뉴스프로그램이 차용해 만들어낸 ‘폭로 저널리즘’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면서 한 미디어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이번 보도는 ‘(no)편집 필름’이라는 리얼리티적 요소에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명목으로 특정 정치인을 겨냥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방송뉴스의 공공성과 품위유지에 어긋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정보 수용자’들은 ‘정보 전달자’들의 이런 태도에 동의 할 수 없다는 입장.
한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중인 여론조사 중간결과 이번 사안이 '언론의 감시역할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도하는 게 맞다' 는 응답자가 75%에 달했다. 반면 '인격권 침해로, 보도 윤리에 어긋난다'는 답은 24%에 그쳤다.
누리꾼 ‘redangel4557’은 “미국에서 클린턴과 르윈스키보도가 잘못됐다는 소리는 한 번도 없었다”며 “공직자로서 부도덕한 행위를 했다면 마땅히 밝혀서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chiwooyi’는 “인권유린의 선봉장이었던 정 의원이 과연 인권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aproshlee’는 “설사 명예훼손으로 언론사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보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이 많은 것만큼 감시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ss510’ 처럼 “추측보도는 맞지 않다. 아무리 정 의원이 밉더라도 확정되지 않은 것을 불륜처럼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누리꾼 도 상당 수 있다.
한편 최초보도자인 YTN 측은 일부 언론의 비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YTN 측은 “정 의원의 사생활도 있겠지만 공인이기에 감수해야 할 부분도 있다." 면서 "알 권리 차원에서 상식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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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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