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일부, 대법관 인사에 불만…양승태 지명자 비토 움직임

  • 입력 2005년 2월 18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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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열릴 양승태(梁承泰·사진)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 중인 열린우리당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철저한 검증’이란 원칙론을 강조하지만 일부 의원 사이에선 벌써부터 거부권(비토) 행사가 논의되고 있다. 다만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이 많은 상황에서 대법원과 정면대결을 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달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이 양승태 당시 특허법원장을 대법관 후보자로 제청하자 법조계 일각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서열위주 관행 인사’ ‘보수로의 회귀’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현직 고위 법관인 양 후보자가 개혁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었다. 당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논평을 통해 “국회는 인사청문회에서 양 후보자가 대법관이 될 경우 대법원이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며 정치권을 압박했다.

이와 함께 양 후보자에 대한 비토 논의에는 최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잇달아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선고를 한 법원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감정도 실려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배경은 이번 청문회를 필두로 올해 말까지 최 대법원장 등 6명, 내년에 또 다른 5명의 대법관이 교체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확실하게 개혁성향의 인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점을 각인시켜 앞으로의 대법관 제청 과정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이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열린우리당 최재천(崔載千) 의원이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분명한 기준을 만들겠다”고 밝힌 점도 같은 맥락.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은 “인준 거부를 하더라도 대법원이 수긍할 만큼 확실한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당 일각에선 인준 거부에 따른 대법원과의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선무효형 판결이 계속 나오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것. 한 의원은 “지난해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지고 우리 뜻대로 된 게 뭐가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양 후보자의 성향이나 경력이 당의 이념이나 가치관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청문특위 위원은 “국회가 인준을 거부할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인준절차:

22일 인사청문회가 끝나면 인사청문특위는 대법관으로서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한 보고서를 채택한다. 25일 국회 본회의에선 보고서 공개 직후 인준투표를 실시한다.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인준이 가결된다. 그러나 찬성표가 이에 미달되면 인준은 부결되고, 대법원은 다른 후보자를 제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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