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신규 임용된 검사 95명 가운데 여성 검사가 3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신규 임용자의 38%에 해당하는 수.
이로써 여검사 수는 전체 검사 1554명의 9%인 139명이 됐다. ‘여검사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섣부른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본보가 22일 단독 입수한 법무부의 통계자료는 여검사들의 성향과 삶을 상세히 해부해 놓았다.
▽여검사의 애환=검찰은 그동안 ‘금녀(禁女)의 구역’으로 인식돼 왔다. ‘전투력’이 최우선시 되는 조직생리, 엄청난 업무량, 전국 방방곡곡을 옮겨 다녀야 하는 데 따른 불편, 폭탄주 문화 등 때문.
여기에다 남존여비(男尊女卑)의 유습 때문에 피의자나 수사관들이 여검사의 권위에 승복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던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
1992년 서울지검 북부지청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한 ‘여검사 서열 2위’인 이옥(李玉·41·사법시험 31회) 춘천지검 부부장은 “이제는 ‘일’로 평가받고 있지만 임용 당시엔 여검사를 불편해 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 검사는 “그러나 여성의 특성을 살려 좀더 섬세하게 수사할 수 있고 인간적인 배려도 할 수 있다”며 “특히 여검사가 담당한 사건의 경우 조사받은 피의자들의 이의제기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여풍의 선구자들=검찰조직 창설(1948년) 이래 1982년에야 첫 여검사가 된 조배숙(趙培淑·48·열린우리당 의원), 임숙경(林淑景·52·이상 사시 22회) 변호사가 각각 5년과 6년 만에 판사로 전직했듯이 여성에게 검사를 권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는 1990년대 초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세상이 변하고 여성 사시 합격자가 급증하면서 검사 지망도 크게 늘어났다.
더욱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여검사의 수적 증가와 함께 남성 검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공안·특수 분야에 진출하는 등 활동 영역도 넓어졌다는 것.
1998년에 김진숙(金辰淑·41·사시 32회) 검사가 광주지검 특수부에 배치된 것을 시작으로 2003년엔 서인선(徐仁善·30·사시 41회)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2004년 8월엔 이지원(李至媛·41·사시 39회) 검사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 각각 배치됐다. 2004년 6월에는 첫 여성 부장(조희진·趙嬉珍·43·사시 29회)이 탄생했다.
▽여검사는 어떤 사람인가=법무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재직 중인 여검사 103명(이달 신규 임용된 36명은 제외)을 재직 연수별로 보면 ‘1년 이상∼5년 미만’(66명)이 가장 많았고 ‘1년 미만’도 21명이나 됐다. ‘검찰 여풍’이 최근 수년간의 현상임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
학부 전공은 법학과가 72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약사가 2명, 중등교사, 기술사, 정보처리사가 각 1명 있는 등 자격증 소지자도 눈에 띄었다. 대학을 중퇴한 사람도 1명 있었다.
자녀를 둔 사람은 42명. 이 때문인지 ‘검찰청 내에 어린이집이 설치됐으면 좋겠다’고 밝힌 여검사도 49명이었다. 육아와 살림을 병행하는 ‘맞벌이 직장여성’으로서의 고민을 보여주는 대목.
13, 11, 3세 등 세 아이의 엄마인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이영주(李英珠·38·사시 32회) 검사는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엄마 발령지를 따라 전학을 4번 했다. 숙제 한번 제대로 못 봐줘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숱한 야근과 순환보직으로 가사를 돌보기 어렵고, 주말부부로 지내는 게 이 검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기혼 여검사들의 현실이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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