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백승주]中 ‘종용외교’ 기대할 만 하다

  • 입력 2005년 2월 23일 17시 56분


북한 외무성이 ‘핵무기 보유와 6자회담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한 관련국의 태도가 구체적 조치와 대외정책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을 포함해 6자회담 당사국들의 국가별 전략이 반영된 초기 입장들이 자라나서 그와 같은 조치가 되고, 관련 정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 스스로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을 포함해 관련국들이 보인 초기 입장들은 전도(顚倒)된 측면이 있다. 관련국 간의 상호관계와 국제정치 관행을 고려한다면 미국은 충분한 정보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 보유를 주장하고, 북한은 이를 강력히 부인해야 마땅하다. 또 한국은 미국의 안보공약을 재다짐받으려 하고, 중국은 북한 입장을 두둔해야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북한 스스로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고, 관련국들은 그 같은 북한 주장에 대해 검증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6자회담 재개에 다걸기(올인)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앞장서서 북한이 입장을 철회하도록 요구하는 ‘종용외교’를 전개하고 있다.

6자회담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기본적으로 관련국들이 앞으로 후속 조치에서 기존의 초기 입장을 어떻게 조정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의 변화가 중요하다.

▼관련국, 6자회담 재개에 총력▼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중국의 외교 실세인 왕자루이(王家瑞)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 “6자회담의 여건이 성숙되면 회담 탁(테이블)에 나가겠으며, 미국의 성의있는 태도와 행동이 중요하다”고 발언했다. 이는 2월 10일 외무성 담화내용을 재확인한 것이다. ‘6자회담 불참’ 선언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때문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미국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함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러한 입장을 중국에 이해시키려 노력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지지’를 강조하며 북한의 조치에 유감을 표하고 6자회담에의 조속한 복귀를 종용한 것 같다. 동시에 북한의 태도가 바뀌려면 미국이 공동 노력해야 하고 북한의 태도 속엔 ‘합리적 우려’가 있다며 북한을 다독거리기도 했을 것이다.

미국은 북한이 기대하는 양자회담을 일축하고 6자회담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제외한 관련국들이 북핵 문제에 공동의 입장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북핵과 관련해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향후 조치들에 대한 국내외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는 기회로 현재의 상황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북핵 문제를 서둘러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전략적 판단도 묻어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 핵무기 보유 주장’과 ‘인도주의적 지원 정책’ 문제를 신중히 다루면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북한 당국의 선언 이후 진행된 이러한 조치들을 고려할 때 6자회담의 재개 여부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종용외교가 성과를 낼 것이냐에 달려 있다. 중국은 1차적으로는 북한을 자신의 영향권하에 묶어 놓는 가운데 북한의 정치 군사 경제적 의존도를 활용해 6자회담에 북한이 참여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북한은 자신이 중국에 대해 갖는 전략적 가치를 십분 활용해 미국의 반북(反北) 정책에 중국이 적극 공조하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는 데에 우선 노력 중이다.

▼北도 회담유용성 납득해야▼

궁극적으로는 이 같은 중국의 종용외교, 북한의 대(對)중국 의존도, 그리고 관련국들이 회담 재개에 다걸기하는 노력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6자회담은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회담이 재개되면 ‘북핵 폐기 프로그램’보다 북측 발언의 진의를 우선적으로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6자가 모두 참여해야 6자회담은 성립된다. 실제로 6자회담은 만장일치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담 재개를 위해 관련국들이 다걸기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6자회담의 유용성, 즉 왜 이런 형태의 회담을 하느냐는 문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긍정적 신념이 먼저 자리 잡아야 6자회담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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