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국방 외교 등 외치(外治)에 주력하고, 연기-공주지역은 국무총리와 부총리 중심의 경제 교육 과학 중심도시의 역할 분담을 하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정교한 계획 없이 정치권의 담합에 따라 국무총리실을 포함한 12개 부의 이전이 이루어질 경우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야기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정부 정책의 경우 통상 여러 부처가 함께 협의해야 할 사안이 대부분이다. 정부부처를 한 청사에 모아 놓은 이유도 효율과 신속성을 고려한 배치였다.
하지만 서울과 연기-공주로 정부기관이 양분됨으로써 사안이 발생할 경우 과연 신속한 대응책을 만들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온다. 총리실의 핵심 관계자는 23일 “현재의 국무회의는 화상회의로 대체하면 되고, 2012년에 이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앞으로 다양한 회의 방식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상회의 방식은 보안상 문제가 있어 주요 회의에 채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외교나 국방 등 국가안전에 관한 사항은 화상회의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신수단을 통한 갖가지 회의 기술이 발전은 하겠지만 대면(對面) 회의의 농축성과 심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부처도 문제지만 부처와 관련된 민간분야의 비효율성도 지적되고 있다. 각종 인허가 문제에 매달려야하는 민간기업의 경우는 특히 그렇다. 대부분 기업의 본사가 서울에 집중돼있는 상황에서 사안이 생길 때마다 연기-공주로 이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기-공주에 제2의 본사를 두어야할 형편이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의원은 “정부가 각종 경제 규제를 쥐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부처가 대거 내려가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정부중앙청사 및 과천청사의 활용도 고민거리다. 중앙청사의 경우 외교 통일 법무 행정자치부 등 6개 부가 남기 때문에 청사로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법무부를 제외한 전 부처가 이전하는 과천청사의 경우 ‘공동화’가 우려되고 있다. 대통령 산하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과천청사에 벤처단지를 조성하거나 수도권을 관할하는 정부 소속 기관들의 집단이주를 검토하고 있다.
▽위기대응 능력은?=대통령의 유고 시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대통령과 연기-공주에서 근무하는 총리 사이에 분권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총리가 대통령직을 대행할 경우 외교 안보 사안에 대해 장악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어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단력이 뒷받침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 유고 시에는 집무실을 서울과 행정수도 양쪽에 둘 수 있다”며 “국무회의가 헌법상 회의기구로 돼있지만 주제별 관계장관 간담회 등은 훨씬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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