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 특별법 처리 막판 진통

“문 좀 열어라”
여야의 신행정도시건설특별법 합의에 반발해 농성을 벌여온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 등이 2일 국회 법사위 회의실 문을 걸어 잠그고 농성에 돌입하자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왼쪽)과 보좌관들이 회의실로 진입하기 위해 문을 밀고 있다. 김동주 기자

국회는 2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논란이 돼 온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한나라당 일부 의원이 이날 새벽부터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을 점거하는 바람에 처리에 진통을 겪었다.

이에 따라 외국 순방 중인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의 권한을 위임받은 열린우리당 김덕규(金德圭) 부의장이 이날 저녁 “오후 9시 반까지 신행정도시 관련 법안을 심사해 본회의에 상정해 달라”며 법사위에 심사기간을 지정해 직권상정에 의한 본회의 처리절차에 돌입했다. 김 부의장은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법 개정안과 대학교원 기간제 임용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에 대해서도 심사기간을 지정했다.

국회법 85조는 상임위원회가 이유 없이 심사 기간 내 심사를 마치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앞서 국회 한나라당 원내대표실에서 농성을 계속해 온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박계동(朴啓東) 배일도(裵一道) 의원은 이날 새벽 법사위 회의장을 점거해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농성에 들어갔다.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점거로 법사위 전체회의가 무산되자 최연희(崔鉛熙) 법사위원장에게 회의장 변경을 요구했으나 최 위원장이 이를 거부해 심야까지 여야 대치가 계속됐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천재지변 등이 아니고서는 확정된 당론을 번복할 경우 국민들이 앞으로 한나라당의 당론을 어떻게 믿겠느냐”며 “(신행정도시 법안 처리를) 권고적 당론으로 확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론 변경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특히 박세일(朴世逸) 정책위의장은 당론 변경을 요구하며 정책위의장직을 사퇴했다. 박 의장은 “만일 한나라당이 당론을 끝내 바꾸지 않으면 의원직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여야는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처리키로 합의한 뒤 호주제 및 동성동본금혼 폐지를 핵심으로 한 민법 개정안과 과거 분식회계 해소를 목적으로 한 기업의 분식 행위를 집단소송 대상에서 2년간 제외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증권집단소송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여야는 또 항공기 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과음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하는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처리하는 등 108개 법안 및 의안을 무더기 처리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