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뜻이 다른 상대도 존중…대화-타협 노력 하겠다”

  • 입력 2005년 3월 2일 18시 01분


노무현(盧武鉉·사진) 대통령은 2일 “나와 뜻이 다른 사람을, 나를 공격하는 사람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만큼 반드시 상대를 존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제37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통해 “민주주의의 핵심은 대화와 타협, 화해와 포용이다. 나와 뜻이 다를 때에는 대화와 타협으로 뜻을 맞추도록 노력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자신을 비판하는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대응해 온 종전의 리더십 패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여름휴가 때 참모들에게 “모든 것을 무조건 포용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그 말은 사실상 잘못되고 왜곡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요구와 마찬가지”라고 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기도회에서 노 대통령은 “모든 사람의 뜻이 하나가 되기는 어렵겠지만, 규칙으로 선거하고 표결하고 그 결과를 승복하고 패자는 다시 심판을 받아서 승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게 민주주의의 원칙이자 도리”라며 “이 원칙을 충실히 따르려고 한다. 그럴 수 있도록 내 양심이 깨어 있고 용기가 꺾이지 않고 절제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치가 지역으로 분열돼 서로 반목할 때 내가 지역감정의 한편에 서지 않고 분열에 가담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지금은 갈등이 많은데, 이 갈등을 잘 풀어나가고 반목을 잘 아울러서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지혜와 힘을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충남 예산군에 있는 윤봉길(尹奉吉) 의사 사당인 충의사에 걸린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의 친필 현판이 파손된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김종민(金鍾民) 대변인은 “아침 일일현안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 사이에 ‘지금은 혁명의 시기가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문제가 있더라도 법적 민주적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개별 사건에 대해 의견을 표명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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