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공무원에 편지 "억장이 무너진다"

  • 입력 2005년 3월 3일 15시 33분


"참으로 억장이 무너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3일 전국 공무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전날 아침 한 일간지에 실린 '혁신…뭡니까, 이게'라는 칼럼을 읽고 난 뒤의 당혹감을 나타냈다.

이 칼럼에서는 "혁신의 '혁'자만 들어도 머리가 아프다는 공무원이 많고, 성과 내기에 급급한 생색용 이벤트만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노 대통령이 주력하고 있는 공직사회 혁신작업이 겉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노 대통령은 서신에서 "그동안 원체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던 터라 '혁신'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다른 기사를 젖혀놓고 그 기사부터 읽어봤다. 나로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마음이 상했지만 대꾸하지 않기로 작정하고 덮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일을 마치고 관저에 돌아오니 아내가 또 이 기사를 오려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아내도 남편이 하는 일이 다 헛수고라고 하니 무척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라고 소개했다.

노 대통령은 "나는 이만한 기사에 마음이 흔들릴 일이 없지만, 열심히 혁신활동을 하고 있는 공무원 여러분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회의를 갖는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돼 이 편지를 쓴다"며 "냉소하고 비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부가 다 그렇다고 치부하거나 그 사업이 실패했다고 하는 것은 정확한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사랑하는 공무원 여러분의 선의와 역량을 믿는다. 냉소하고 불평하는 공무원이 우리 공무원의 보편적인 모습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깊이 살펴보지도 않고 하는 이런저런 평가에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들더라도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이 전국 공무원에게 혁신을 독려하는 편지를 보낸 것은 지난달 18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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