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제시한 ‘믿을만한 성의’는 6자회담서 양자회담 보장”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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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참여 필요조건으로 제시한 미국의 ‘믿을 만한 성의’는 6자회담 내 북-미 양자회담 보장 및 북한을 ‘폭정의 거점’으로 지목한 데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고위당국자는 3일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평양을 방문했던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의 면담에서 이 같은 요구사항을 직접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방한 중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도 같은 내용을 거듭 확인했다”며 “6자회담 참가국들은 김 위원장의 요구를 회담의 전제조건이 아닌 분위기 조성을 위한 희망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 회동에서 “6자회담은 폭넓은 토론장”이라고 언급한 것은 김 위원장의 요구에 화답한 성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부부장은 3일 오전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와 만나 “북한은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피고석’에 앉는 것처럼 느끼는 것 같다”며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미국 측의 분위기 조성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부부장과 힐 대사는 6자회담의 중국, 미국 측 수석대표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도 이날 우 부부장과의 면담에서 “중국의 노력으로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된 것을 평가하며 한국도 상응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北외무성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번복 시사▼

한편 북한 외무성은 2일 비망록을 통해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미사일 문제에서도 우리는 국제조약이나 어떤 국제법적 구속을 받고 있는 것이 없다”며 “우리는 미사일 발사 보류에서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1999년 9월 북-미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유예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번복할 것인지 주목된다.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벼랑끝 전술의 측면도 있지만 지난달 핵무기 보유 선언 이후 미사일 발사를 ‘다음 단계’로서의 조치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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