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부총리를 어떻게 하나” 與黨 고민

  • 입력 2005년 3월 7일 00시 06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이헌재(李憲宰·사진) 경제부총리의 진퇴문제로 여권내부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청와대는 6일까지도 “기존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이 부총리에 대한 신임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전당대회 당의장 경선에 출마한 열린우리당의 중진들이 잇따라 이 부총리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던 임채정(林采正) 당의장이 6일 “내일 당에 나가 여러 가지 상황을 점검하겠다”며 “당내 여러 의견을 구하겠다”고 말해 이 부총리의 거취문제가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 의장은 이날 밤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부총리의 거취 문제에 대해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5일 여권 9인 핵심모임에서 이 부총리의 거취문제가 논의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내가 아는 한 전혀 그런 논의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이에 앞서 친노(親盧) 직계인 염동연(廉東淵) 의원은 4일 청주지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부총리는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재야파를 대표하는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6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이 부총리의 ‘결단’을 주문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이 부총리 본인은 국민과 민족 앞에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게 옳은 지, 참여정부 정치철학과 부합하는지 성찰과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5일 “지금 상황을 보면 대통령의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한 뒤 “그러나 대통령의 해임 기준은 우리와 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당권주자들이 이처럼 이 부총리의 거취에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은 선명성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전당대회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실제로 최근 인터넷의 열린우리당 당원게시판에는 이 부총리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당원들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관계자는 5일 “이 부총리 관련 의혹이 한꺼번에 터지지 않고 조금씩 흘러나와서 그렇지, 재정경제부에서 대부분 의혹이 해명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총리실의 핵심관계자도 “대통령과 총리가 나서 이 부총리를 엄호하고 나섰는데 당에서 전당대회 때문에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곤혹스러워했다.

여권은 지난 주말과 휴일을 고비로 이 부총리에 대한 비판여론이 잦아들기를 기대했으나 상황은 이와는 달리 전개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열린우리당의 원심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 부총리 거취문제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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