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核포기 이외 선택 없다”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11분


북한이 지난달 10일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한 지 1개월을 맞아 6자회담 참가국인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의 외교적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6자회담의 무기한 불참을 선언했던 북한이 최근 여건이 성숙하면 회담에 임할 수 있다고 밝혀 새로운 국면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복귀의 전제로 요구한 ‘대북 적대시 정책’의 철회와 같은 유연한 조치를 사실상 거부하고 북한에 핵을 포기하는 ‘근본적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강경한 미국=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9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북한을 ‘폭정의 거점’으로 규정한 이유를 설명하라는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힐 대사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 강연을 통해 “북한에 요구하는 것은 플루토늄 핵 프로그램의 동결이 아니라 모든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철폐이고, 전술적 동결이 아니라 근본적 선택”이라고 밝히고 “북한 스스로 힘겨운 결정을 해야겠지만 결정은 하나뿐이며 중도의 길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힐 대사는 또 “북한은 보건, 인프라, 국민소득, 일자리 창출 등 1000가지 문제가 있는데 핵 프로그램은 어떤 문제도 해결해 줄 수 없다”면서 “미국은 북한이 근본적인 선택을 하면 진지하게 협상할 준비가 돼 있으며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밝혔다.

한편 리언 러포트 주한미군사령관은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정보기관 측은 현재 북한이 핵무기를 한두 개 보유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폐연료봉 8000개를 재처리했다면 이보다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이날 홍석현(洪錫炫) 신임 주미대사의 신임장을 제정받는 자리에서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중국이 대북 지렛대를 가장 많이 갖고 있으므로 중국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고 홍 대사가 전했다.

▽분주한 5개국=6자회담의 한국 측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알렉산드르 알렉세예프 러시아 외무차관을 만나기 위해 9일 오후 모스크바로 떠났다. 송 차관보는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도록 러시아가 설득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힐 대사도 이날 오후 일본 도쿄를 방문해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측 수석대표와 북핵문제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힐 대사는 11일에는 미국으로 가 본국에서 6자회담 전략을 다듬을 예정이다. 중국도 닝푸쿠이(寧賦魁) 외교부 한반도 담당 대사를 8일 미국에 보내 라이스 미 국무장관 등과 북핵 문제를 조율했다.

한편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다음주 말 한국 중국 일본을 연쇄 방문할 예정이다.

▽‘공은 북한에’=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통해 핵동결에 대해 보상이 선행될 경우 핵을 동결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를 여전히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북-미 양자대화를 거부한 채 북한에 대해 ‘할말이 있으면 일단 회담장에 나와서 하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은 북한에 회담 복귀 명분을 만들어 주기 위해 외교적 협의를 계속하는 것.

결국 6자회담 재개 여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북한이 6자회담을 끝내 거부할 경우 국제적인 압력과 제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큰 만큼 결국은 회담장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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