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왜곡-독도문제]개정판 개악 사례

  • 입력 2005년 3월 13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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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소샤(扶桑社)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2005년 개정판 검정 신청본이 개악됐음이 밝혀짐에 따라 1차적으로는 앞으로 일본 정부의 검정과정에서 그 내용이 얼마나 고쳐질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2001년의 선례를 돌이켜볼 때 ‘수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본 정부, “사실(史實) 선택은 집필자 몫”=2001년 일본의 8개 중학 역사교과서가 검정을 통과한 뒤 한국 정부는 모두 35개항의 수정 보완을 요청했다. 그 중 후소샤 교과서에만 해당하는 것은 25개항(43곳). 일본정부가 이 중 직접 정정 필요성을 인정한 것은 1곳에 불과했다. 고대사 부분에서 광개토대왕 비문을 잘못 인용해 일본이 백제와 신라를 도와 고구려와 싸웠다고 기술한 부분이다.

이 밖에 4곳도 수정보완이 이뤄졌지만 이는 후소샤 측의 ‘자체 검정’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그 4곳은 △‘조선은 중국의 복속국’이라고 표현한 2곳을 ‘조선은 중국의 강력한 영향 아래 있었다’로 완화한 것 △‘한일강제합방 당시 조선인 중에서 이를 지지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부분을 삭제한 것 △6·25전쟁을 기술하면서 38선을 ‘종래의 국경선’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삭제한 것 등이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임나일본부설, 정한론(征韓論), 식민지근대화론 등 일본 측에 유리한 학설에 대해서는 “명백한 오류라고 할 수 없다”고 피해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식민지 수탈 등 일본에 불리한 내용을 빼거나 생략한 것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사적 사실을 취급할지는 집필자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고 발뺌했다.

후소샤의 이번 개정판 검정 신청본은 일본 교육당국의 이런 이중적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악용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2001년 수정을 요구한 내용 중에서 비교적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분은 양보하는 척하면서 핵심 내용은 더욱 철저히 왜곡한 것.

▽지엽적 내용은 양보, 제국주의 합리화 내용은 강화=이번 검정 신청본에서 한국 측 수정요구를 수용한 것은 △신라와 백제가 일본의 야마토정부에 조공했다는 내용의 삭제 △이씨조선이라는 표기를 조선(이씨조선)으로 교체 △일본은 위기에 민감한 무가(武家)사회이고 조선은 문약한 문관사회로서 서구열강에 대한 대응에서 차이가 났다는 비교 부분 삭제 △조선이 정한론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鄕隆盛)를 살해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처럼 기술한 부분의 삭제 등이다.

그러나 임나일본부설, 정한론, 식민지근대화론, 각종 침략전쟁불가피론 등 일본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핵심적 내용은 대폭 강화됐다.

임나일본부설은 ‘신라의 대두와 임나의 멸망’이라는 별도의 항목을 추가해 더욱 자세히 소개했고, 정한론과 관련해서는 한반도가 일본의 안전보장에 위협이 된다는 내용을 아예 별도 칼럼으로 확대해 다뤘다. 식민지근대화론은 종전 조선과 관련해 한 차례만 등장했던 근대화라는 용어가 4차례나 나올 만큼 부각됐고, 대동아전쟁을 동남아 민족의 해방전쟁처럼 묘사하는 사료가 대폭 보강됐다.

반면 일본군 위안부에 관해서는 여전히 그 존재조차 언급하지 않았고, 강제연행과 관련해 ‘조선인이 일본의 광산 등에 끌려가 가혹한 조건 하에서 노동해야 했다’고 기술했던 부분에서도 ‘끌려갔다’는 표현이 빠졌다. 또 창씨개명과 황민화정책에 대해 ‘강제’라는 표현을 빼고 이들 정책이 마치 시혜(施惠)인 것처럼 묘사했다.

김도형(金度亨)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후소샤 교과서의 이번 개정판은 일본의 학습지도요령(교과서지침)이 느슨한 허점을 최대한 이용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그런 점에서 2001년 ‘자체 수정’으로 삭제했던 ‘조선은 중국의 조공국’과 ‘한일강제합방을 지지한 조선인도 있다’는 문장을 부활시킨 것은 검정과정에서 삭제될 것을 미리 예상하고 희생타로 내놓은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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