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 “北, 韓美간 견해차 이용하려 한다”

  • 입력 2005년 3월 16일 17시 54분


15일 미국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조지프 디트라니 국무부 6자회담 담당 대사,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내정자, 토머스 시퍼 주일 대사 내정자(왼쪽부터). 워싱턴=연합
15일 미국 상원 국제관계위원회 인준 청문회에 출석한 조지프 디트라니 국무부 6자회담 담당 대사,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내정자, 토머스 시퍼 주일 대사 내정자(왼쪽부터). 워싱턴=연합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내정자가 15일 “(지지부진한) 6자회담이 영원히 계속될 수 없으며 다른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북한에 ‘시간은 북한의 편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가 특히 모호하나마 ‘협상 시한’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동안 미국은 공식적으로 ‘6자회담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말 이외에 시한을 언급하지 않은 채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또 6자회담 이외의 ‘다른 해법’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한 말을 뒤집어 보면 그만큼 미 행정부 내의 기류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미 언론에서는 최근 북한 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정식 회부 또는 경제 제재 착수 가능성을 점치는 보도가 부쩍 늘었다.

이날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온건한 협상가로 평가받는 힐 내정자의 발언을 묵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다른 핵전문가는 “북한의 2·10 핵 보유 선언 이후 서서히 달라지는 국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다음은 이날 미 상원 국제관계위원회에서 열린 힐 내정자와 조지프 디트라니 6자회담 담당 대사의 인준청문회 발언 요약. 디트라니 씨는 6자회담 담당 특사에서 대사로 승진했다.

―한반도의 안보상황은 어떤가.

“한반도는 동아시아의 위험 지역으로 남아 있다. 북한이 자초한 고립과 위협적인 자세는 동아시아의 장래에 긍정적이지 않다.” (힐 내정자)

―남북한 교류는 어떤 상태인가.

“노무현(盧武鉉) 정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했고, 개성공단 개발을 통해 북한과 협력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북한은 한미 간의 견해차를 이용하려 한다.”(힐 내정자)

―현재의 6자회담 접근법은 계속 추구할 만한 방법인가.

“6자회담이란 형식은 옳다. 하지만 이것(6자회담)이 진전 없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진전이 없다면 다른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은 북한 같은 나라가 핵무기를 생산하도록 놔둘 수 없다.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 우리는 6자회담을 통한 협상이 최선이라고 믿지만 (진전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 (힐 내정자)

―대량살상무기(WMD)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확산방지구상(PSI)은 북한의 핵물질 확산 방지에 기여했나.

“매우 성공적이다. 많은 나라가 북한의 WMD 물질 구입을 희망하지만, 북한의 (이런 물질) 판매는 크게 줄었다. PSI는 주변국을 향해 북한에서 물질을 도입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메시지다. 북한과 이런 거래를 하는 나라는 난처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힐 내정자)

―중국이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나.

“북한은 에너지의 60%, 식량의 60%를 중국에서 공급받는 등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지원은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인 것이다. 그것을 감축한다면 2300만 명의 북한 주민에게 충격을 줄 것이다.” (힐 내정자)

―북한 핵 해결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이 돼야 하나.

“미국은 중국이 북한의 조속한 회담 복귀뿐 아니라 한반도의 포괄적인 비핵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는 일의 가치를 깨닫기를 기대한다. 핵 포기는 북한과 2300만 명의 주민에게 큰 혜택을 주는 길이다.” (디트라니 대사)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힐 “6자회담 영원할 수 없다…北거부땐 다른방법 모색”

주한 미국 대사인 크리스토퍼 힐(사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내정자는 15일 6자회담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으며 북한이 계속 회담을 거부하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힐 내정자는 이날 미 상원 외교위원회 인준청문회에서 “6자회담이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옳은 형식이라고 믿으며 우리는 여기서 진전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 뒤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힐 내정자는 “우리(미국과 한국)는 북한에 서로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북한은 한미 간의 이런 차이를 이용하려 한다”며 북한의 2·10 핵 보유 및 6자회담 불참 선언 이후 한미 간에 견해차가 있음을 시인했다.

이어 그는 “한미 양국이 매우 긴밀한 접촉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한국은 한반도에 있기 때문에 사물을 보는 시각이 우리와 약간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 힐 내정자는 6자회담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이 이 기구에 참여할 용의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유럽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국가간 갈등을 다루고 다른 나라의 선거 감시활동을 해 왔다”면서 아시아에도 이런 기구가 만들어져 긴급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힐 내정자와 함께 청문회에 출석한 조지프 디트라니 6자회담 담당 대사는 “중국이 북한을 설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포괄적 비핵화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중국 측의 적극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한편 아시아 6개국 순방 길에 오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날 첫 방문국인 인도로 가는 도중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한은 미국과 따로 만나 (6자회담 외의) 별도 거래를 하고 싶어 하지만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라이스 장관은 “미국은 북한을 침공할 의사가 없다”며 “북한은 2년 전만 해도 일본과 국교 정상화를 논의했으나 (지금은) 이웃 나라들로부터 점점 더 고립돼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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