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이날 숙소인 워싱턴의 워터게이트호텔에서 아널드 캔터 전 미 국무차관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캔터 전 차관은 1992년 김용순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미국을 방문했을 때 첫 북-미 고위급회담에 참석한 한반도 전문가다.
박 대표는 ‘대담한 제안’과 관련해 대북 경제지원과 북-미 수교 등을 예시했다고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이 전했다. 전 대변인은 “박 대표의 발언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엄청난 선물을 받을 것’이라고 한 만큼 미국이 먼저 선물 보따리를 풀어 북한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전향적으로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북한 핵 문제에 대해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과 한미 공조라는 원칙적 의견만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발언은 대북 정책에서의 전향적인 첫걸음이라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방미 첫날인 이날 박 대표는 간담회에 앞서 워싱턴에 있는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에 헌화했다. 또 미국인 한국전쟁 참전용사 6명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며 “여러분이 목숨 걸고 지킨 대한민국이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됐다”며 “여러분의 희생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박 대표는 16일엔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부 장관과 짐 리치 미 하원 동아태소위원장을 면담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박 대표의 첫 워싱턴 공식 방문에 맞춰 박 대표를 ‘한국의 딸’로 지칭하며 “연민의 대상에서 별처럼 떠오른 정치가로 변모했다”고 15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아버지 유산의 명암’이란 제목으로 “박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장애는 미국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며 “최근 한국 내에선 그의 아버지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이 남겨 놓은 정치적 유산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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