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日 도발’ 직설적 비판… ‘강경한 외교’ 선언

  • 입력 2005년 3월 17일 18시 11분


NSC 대책회의17일 통일부 남북대화사무국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날 오후 정부가 발표할 대일 성명 문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NSC 대책회의
17일 통일부 남북대화사무국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에서 참석자들이 이날 오후 정부가 발표할 대일 성명 문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가 17일 발표한 대일(對日) 성명은 외교적 수사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강경한 표현으로 돼 있다. 정부 성명에 담긴 핵심 내용의 의미와 배경을 살펴본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정부가 이를 언급한 것은 독일의 전후 처리 과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던 독일은 패전 후 피해국가에 대해 진솔한 사과를 해 왔다. 1970년 빌리 브란트 독일 총리는 폴란드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비 앞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현 총리도 지난해 8월 폴란드 아우슈비츠 해방 60주년 행사에서 공식 사죄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독일의 예를 들어 일본의 과거사 정리를 촉구해 왔고, 올해 3·1절 기념사에선 과거사 문제가 인류 보편의 윤리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독도 문제는 해방의 역사 부인=일본이 독도 영유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해방 이후의 국제질서와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태도라는 게 정부 측 설명.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근거인 1905년 시마네(島根) 현 고시는 일본이 식민지 침탈을 시작하던 때의 일로 한국의 광복과 함께 무효화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본이 100년 전의 일을 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사실상 제2의 침탈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정부의 시각이다.

일본 전문가인 박철희(朴喆熙)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일본의 독도 영유권 문제제기를 일반적 영토분쟁의 차원이 아니라 과거 침략적 식민지 지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규정하면서,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점을 단호히 밝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정부가 그동안 공식적으로 사용해 온 ‘광복’이라는 용어 대신 이번 성명에서 ‘해방’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일본의 배상=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공식 언급한 내용이다. 한국 대통령이 일본의 ‘배상’ 문제를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 이후 처음이었다.

이태식(李泰植) 외교통상부 차관은 17일 군대위안부, 사할린교포, 원폭피해자 문제 등 3가지를 거론했다. 이들 3가지 사안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제기되지 않았던 새로운 이슈로 일본이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그러나 이는 한일협정의 효력과도 연관되는 문제로 엄청난 외교적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를 의식한 듯 “법률적 의미의 배상이 아니라 휴머니즘 차원의 광의의 뜻이다. 일본에도 몇 차례 이런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지도적 국가론에 대한 문제제기=일본으로서는 매우 아픈 부분이다. 일본은 패전국이라는 멍에에서 벗어나 경제력에 상응하는 국제적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있으나, 우리는 이제까지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이번 성명은 일본에 대해 우리가 상임이사국 진출 저지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유엔이 상임이사국을 늘릴지 비상임이사국을 늘릴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는 비상임이사국 증원을 지지하고 있다.

▽위기의 한일파트너십=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일본 총리는 1995년 8월 15일 각의 결의를 거쳐 발표한 담화에서 “국책을 그르쳐 우리나라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국가의 많은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를 ‘침략’으로 언급했다.

또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1998년 10월 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했다”고 발언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최근 일본의 퇴행적 태도에 미루어 볼 때 한일관계를 재고해야만 한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 같다.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韓日관계 5대 대응 방향▼

①독도 영유권을 확고히 수호하기 위한 조치 취할 것

②국제사회 및 일본의 양심 세력과 연대해 시대착오적인 역사왜곡 바로잡을 것

③일제강점기 피해자 문제는 인류 보편적 규범과 인권의 문제인 만큼 정당하게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 다할 것

④이웃나라의 신뢰를 먼저 얻는 것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지도적 국가로서 존경받는 첫걸음. 일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

⑤일본이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함께 구현해 나갈 동반자이자 공동운명체라는 믿음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기존의 인적 문화적 교류협력 사업을 변함없이 진행하고 양국 시민사회 간 네트워크 구축 노력을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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