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선 (일개) 현이 주장하는데 우리나라 전체가 대응한다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다. 울릉군 차원에서 대응하는 게 균형이 맞다.”
미국 방문 이틀째를 맞은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6일(현지 시간) 워싱턴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독도는 우리 땅으로 엄연히 우리가 지키고 있으므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의 방미는 북핵 문제 조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나 워낙 독도 문제가 심각해 이같이 언급한 것. 박 대표를 수행 중인 한 당직자는 “시마네 현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게 하는 게 일본의 계산된 전략인데 한국 정부가 말려드는 것 아니냐는, 전략상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17일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 주최 오찬연설회에서 북핵 문제 해법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특히 북-미 간 불신을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6자회담 틀 속에서의 북-미 간 양자대화의 중요성을 언급한 뒤 “미국은 비중 있는 의회지도자나 행정부 고위인사를 북한에 특사로 파견하는 등 북한과의 진실한 대화에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워싱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주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북한은 통일의 대상이자 한국의 안보 위협이라는 이중성이 있지만, 군사적으로 한국의 주적(主敵)”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주적 개념이 필요 없으려면 북한의 군사적 의지와 남북의 군사적 대치 관계에 변화가 있어야 하지만 아직도 북한은 한반도 적화통일을 규정한 노동당 규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휴전선에 재래식 무기의 40%를 배치하는 등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이같이 규정했다.
최근 한미 양국 사이에 이 문제를 놓고 미묘한 갈등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국방백서에서 주적 개념을 삭제한 정부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10일 헨리 하이드 미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이 북핵 청문회에서 “한국은 누가 적인지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리자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미 국방백서도 적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박 대표는 이날 국방부를 방문해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북핵 문제의) 당사자는 한국이고,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이므로 전통적 신뢰를 바탕으로 물샐틈없는 공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이 발언은 ‘한미동맹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박 대표는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대담하고 포용력 있는 제안’을 촉구했다. 그동안 북한의 6자회담 참여만 촉구했던 당의 기조에선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워싱턴=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