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행자부가 시도하는 본부-팀제 방식의 조직 재설계는 그 ‘바람직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 때문에 성공을 장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선 행자부는 현행 조직 운영상의 여러 가지 문제점이 마치 실국-과 형태의 계선 구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진단하는 ‘단순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현행 계급제 중심의 다계층 조직 구조와 연공서열 위주의 인력 운영으로는 조직 간 경쟁과 책임성 확보, 성과 관리, 능력 중심 인사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를 성과와 효율, 책임을 반영하는 조직으로 재편하기 위해 본부-팀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는 행자부의 설명은 논리적 비약을 내포하고 있다.
사실 정부 조직 관리의 경직성 문제는 제도의 허점보다는 조직 문화의 산물인 경우가 더 많다. 참모 기관으로 설계된 차관보를 사실상 계선 기관으로 운영하는 관행이나 발탁 인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복수직급제가 오히려 계급의 세분화를 통한 연공서열의 공고화 수단으로 둔갑했던 것은 제도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연공 서열을 중시하는 관료 조직 문화에 기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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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본부-팀제로의 조직재설계가 가져올 장점으로 제시된 것 중에는 현재 상황에 비해서 크게 나아질 것이 없는 경우이거나 매우 추상적인 어구로 포장된 것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는 등 ‘과대화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즉 본부장을 1∼3급으로, 팀장을 2∼5급으로 임용하는 1직위 다직급 원칙이 현재의 복수직급제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설명이 부족하다. 본부장과 팀장에게 인사 예산 평가권을 부여한다는 자율 책임 행정이 실국-과장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것이라는 입증도 없다. 또한 본부-팀제 하에서만 탄력적 조직 운영이나 적재적소 인사, 책임 행정이 가능해진다는 주장도 무리다.
마지막으로 본부-팀제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많은 정부 관리 혁신 과제들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혹은 상호 모순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치밀한 정합성 검토가 미흡하다. 실국장급 공무원을 전 정부적 차원에서 관리하려는 고위 공무원단 제도라든가 정원 관리 시스템의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총액인건비제도 등과 같은 인적자원 관리 시스템의 혁신이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본부-팀제의 효과를 제약하거나 상호 충돌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행자부가 제시한 대로 본부-팀제의 도입이 정부 조직 관리의 경직성을 해소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 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오류들이 먼저 시정되어야 할 것이다.
진재구 청주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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