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후지와라 기이치]‘北비핵화’ 5國결속에 달렸다

  • 입력 2005년 3월 17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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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관련 6자회담이 공전하고 있다. 지금 상태가 지속되면 어떤 사태를 맞게 될까.

우선 북한의 핵 무장이 기정사실화될 것이다. 6자회담이 진행 중일 때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한 시간 벌기가 아닐까’라는 의심이 있었다. 협의가 늘어지는 동안 핵 개발 진전을 통해 북한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북한을 제외한 5개국 간에 균열이 깊어질 것이다. 본래 6자회담에 참가한 각국 사이에는 입장 차가 있었다. 6자회담이 공전하면 미국-일본이라는 강경파와 중국-러시아라는 온건파로 갈리게 되고, 한국은 그 양극 사이를 오가는 처지가 될 것이다.

북한이 핵 무장을 해도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북한이 핵 무장을 해도 핵무기를 사용한다고는 단정할 수 없고, 상호억지에 의한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나는 이런 의견에 찬성하지 않는다. 우선 북한의 핵 무장이 기정사실로 되면 핵 확산에 대한 새로운 우려가 생겨난다. 새로운 핵 보유국이 등장하면 핵 정세는 불안정해지기 쉽다.

본래 한국과 일본은 과학기술과 공업력으로 치면 북한 이상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기 쉬운 조건을 갖고 있다. 북한의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 미국의 핵 억지력에 의존하는 ‘핵우산’보다 스스로 핵을 보유하는 편이 좀 더 ‘안전’하다는 소리가 한국과 일본에서 높아질 것이다. 북한의 핵 무장은 동아시아의 ‘핵화(核化)’를 부추길 것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안전보장 협의기구로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지역 협력을 통해 안전보장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사라지고, 중국-러시아와 미국-일본이라는 두 개의 극으로 갈라지는 분열이 진행될 것이다. 동서(東西)로의 분단이 진행되면 될수록 안전을 위협당하는 한국 입장에서 이는 최악의 사태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금 일본에서는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와 관련해 북한 측의 무성의에 일본 여론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납치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경입장이나 경제제재에 반대하지 않지만 그 효과에는 의문을 갖고 있다. 경제제재를 가하면 북한의 체제가 바뀔 것이라는 것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초점은 중국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면 중국은 북한 편에 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현재 북한과의 연대는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6자회담이 공전하기 때문에 더더욱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한미일 3국의 공동 보조권으로 끌어들이고, 중국이 북한에 대해 경제적 압력을 강화토록 하는 것이 사태 타개를 위한 첫 걸음이다.

나아가 북한의 비핵화뿐 아니라 중국의 비핵화를 시야에 두는 구상이 요구된다. ‘그런 꿈과 같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핵에 기대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국가안전을 중국에 보장하고, 그 대가로 중국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다면 한일 양국도 미국의 핵 억지력에 대한 의존을 줄일 수 있다.

북한의 핵 무장은 아시아에 있어서 핵 확산의 공포를 의미한다. 그 공포에 맞서기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동아시아 전체의 비핵화가 냉전시대의 부산물인 지정학적 긴장으로부터 이 지역을 해방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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