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전날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사회 일각의 불안감 해소와 파문 수습에 주력했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대일(對日) 강경 발언은 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원칙의 표명일 뿐이며 미리 ‘명예로운 퇴각’을 염두에 뒀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다음은 청와대와 각 당이 전한 참석자들의 대화 내용 요지.
○ 독도 문제
▽노 대통령=일부 언론에서 ‘외교전쟁’이라고 표현됐는데 언론이 조금 앞서나간 것 같다. 외교전쟁을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고 이 일을 하다 보면 외교전쟁이라고 할 만한 각박한 상황도 있을 수 있으니 함께 감당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외교는 기교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외교적 문제는 국내 정치와 달리 좀 세련되게 해야 한다.
▽노 대통령=그동안 우리가 대일 관계를 다뤄오는 데 있어 일본 측이 볼 때는 정치적 기교로 다뤄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외교가 기교적인 일이라지만 외교도 진실과 혼이 담겨 있어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국민만이 힘이다. 국민의 힘을 모으기 위해 내가 가진 진솔한 심정과 각오를 이번에 전달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김혜경(金惠敬) 대표=옳은 말씀이다. 일제강점기 이후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고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 원인이다. 4월 국회에서 과거사법 입법을 반드시 해야 한다. 독도 문제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중요한 사안이다. 따라서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아시아 차원에서 연대해 풀어야 한다.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대표=영토와 주권 문제에 관해선 양보가 있을 수 없다. 단호하게 대처하되 일시적으로만 크게 얘기하고 끝나서는 안 된다. 우리 같은 지정학적 위치와 수출에 의존하는 나라에서는 외교가 대단히 중요하다. 독도 문제는 외교적 협력이 있어야 공감대와 힘을 얻을 수 있다. 동맹이라는 건 한번 맺기가 어려우니 소중히 여겨야 한다.
▽노 대통령=오늘 말씀도 고맙지만 미국에 가서 하신 얘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대표=독도 문제에 대해 여야가 한목소리를 내고 대통령이 단호한 의지를 표현해줘서 국민이 흡족해한다. 경제 걱정이 다소 있더라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임채정(林采正) 의장=대통령이 말씀하신 이상 정치권도 그에 맞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문제 의식이 있으니까 독도 수호에 대해 말씀한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말을 아껴 달라. 대통령의 말은 영향력이 있지만 비용도 있다.
▽강재섭 원내대표=대통령은 외교적인 문제에 있어 최종적으로 국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의아스럽다. 그러나 여야를 떠나 초당적인 인식 하에 독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자.
▽노 대통령=한국이 동북아에서 캐스팅보트로서 균형자 역할을 하겠다.
▽박희태(朴熺太) 국회부의장=그 말씀은 통일 이후에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은 너무 앞서 나가시는 말씀 같다. (농담조로) 물론 앞서나갔으니 대통령도 되신 것이지만….
▽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졌다.
○ 기타 발언
▽김학원 대표=행정중심복합도시와 관련해 지역 주민들은 이 법이 과연 제대로 잘 지켜질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노 대통령=내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맨 처음 법정에 나섰을 때 공판검사가 바로 강재섭 원내대표였다. 그 당시 검사 중에서 강 대표는 그래도 부드러운 검사였고 당시에도 평이 아주 좋았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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