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올해는 꽃 필듯 필듯하다 늦게핀다”

  • 입력 2005년 3월 27일 18시 48분


노무현 대통령(왼쪽)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을 등반하며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등산복은 국산 제품을 입었으나 모자는 독일 B사, 선글라스는 미국 O사 제품을 써 눈길을 끌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 대통령(왼쪽)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함께 북악산을 등반하며 주요 현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날 등산복은 국산 제품을 입었으나 모자는 독일 B사, 선글라스는 미국 O사 제품을 써 눈길을 끌었다. 석동률 기자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에게 보낸 메시지는 ‘올해 6월 정례 한일정상회담은 예정대로 열되 그 이전까지 독도 및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진전된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고이즈미 총리가 25일 “노 대통령을 가능한 한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에 한일정상회담뿐만 아니라 5월 초 일본 교토(京都)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의 한일외교장관회담도 예정대로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의 교류 협력을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교과서 왜곡 문제와 분리하겠다는 이른바 ‘투 트랙(Two Track)’ 노선에 따라 이 같은 회담이 열리고, 일본 측이 ‘성의’ 있는 안을 갖고 나올 경우 화해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것이 정부 측 기대다.

최대 분수령은 4월 5일 발표될 예정인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 결과. 만일 왜곡 내용이 2001년보다 더 심하거나 비슷하다면 한국의 여론이 폭발할 가능성이 크고, 정부의 운신 폭도 제한돼 한일관계의 경색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노 대통령이 “일시적으로 상황을 호도하고 넘어가는 응답을 받으려는 것은 이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일본 정부가 과거에 밝혔던 몇 차례의 사과 발언과 같은 외교적 수사(修辭)로는 현재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

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출입기자 60여 명과 2시간 반가량 북악산 등산을 하면서 “올해는 꽃이 필 듯 필 듯하면서 좀 늦게 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탄핵으로 권한행사가 정지됐을 때 출입기자들과 등산하면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심경을 밝혔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상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라며 슬며시 ‘양원제(兩院制)’에 대해 운을 뗐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대표성이 이렇게 (수도권 또는 대도시에) 집중되면 안 된다”면서 “내가 대통령후보 시절부터 비공식적인 개인 견해로 ‘국토 균형 차원에서 대표성을 갖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는데도 학계에서 아무 연구가 없다”고 말했다.

상원을 신설해 국회를 양원제로 바꾸자는 것은 노 대통령의 지론. 그는 2002년 대통령후보 시절 상원 역할을 할 ‘국가균형원’(가칭)을 신설해 지역별로 동수의 대표가 참여토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금 내가 이것을 주장할 여건은 안 돼 있다. 공론이 일지 않으니까 대통령이 말해 봐야 소용이 없다. 권력구조 문제는 얘기하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