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관계 낙관론 대 비관론=장팅옌 전 주한 중국대사는 “한중 수교 이후 13년간 양국관계를 돌이켜 보거나 관계 발전을 위한 양국의 노력을 볼 때 한중 관계의 미래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한중 양국이 ‘평화’와 ‘안정적 발전’이라는 두 개의 큰 주제를 놓고 거의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한국이 중국의 제3무역국으로, 중국은 한국의 제1수출국으로 떠오른 것이 한중 관계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 요인이라는 것.
그러나 참석자들은 북한 핵문제와 동북아 정세 인식 등에 대해선 커다란 시각차를 보였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문제연구소장은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촉구하는 한국 측 참석자들에게 “북핵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어느 한 나라에 책임을 강요할 수 없는 인류 전체의 과제”라고 비켜 나갔다.
그는 또 “미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세계는 북-미, 동아시아, 유럽이라는 3개의 블록으로 나뉠 것”이라며 “동아시아의 집단안보 체제와 경제협력 시스템의 구축이 평화유지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재호 서울대 교수는 “현재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 정세와 한미동맹의 변화 속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한국의 입장을 중국이 얼마만큼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북핵과 일본의 보수화, 한미동맹, 대만 문제 등 동북아 정세를 둘러싼 무거운 주제와 씨름하는 동안 중국 지방정부가 고구려사 왜곡에 나서고, 중앙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전면적인 협력동반자 관계를 지향하는 한중 관계에 부정적인 요인임을 지적한 것.
권병현 전 주중 한국대사는 “21세기에는 과거사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관계개선에 나서는 긴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의 정서적인 차이=고구려사 문제에서도 참석자들의 낙관론과 우려가 교차했다.
중국 측 참석자들은 고구려사 문제가 지방정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중앙 정부에서 간여하지 말고 민간단체 간에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바오량 연구원은 “마늘 분쟁, 탈북자 문제,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드러난 한중 응원단의 마찰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작은 문제”라며 “공동이익을 추구하고 미래를 보는 현시점에 고구려사 문제와 같은 과거 문제를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충양 한국현대중국연구회장은 “양국 관계의 미래는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으로만 이득이 많다고 좋아지는 게 아니다”며 “고구려사 문제가 중국에서는 일개 지방의 문제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전체 국민의 자존심과 연결된 정서적인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재호 교수도 “일본의 역사교과서 개정 문제가 불거졌을 때 양식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문제 교과서의 채택에 반대했다”며 “그러나 중국에는 시민단체가 없기 때문에 지방정부 차원의 문제로 국한시키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한중 양국의 호칭 문제=방형남 동아일보 편집국 부국장은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동아일보와 런민일보의 공동노력을 촉구했다.
방 부국장은 서울시가 ‘서울’의 중국어 표기를 한성(漢城)에서 서우얼(首이)로 바꾼 것을 지적하며 런민일보의 동참을 호소했다. 또 한일 관계를 다룰 때 중국이 ‘일한 관계’가 아니라 ‘한일 관계’로 호칭의 순서를 바꿔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옌쉐퉁 소장은 “강대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국제정치의 본질상 한국도 ‘중-미관계’가 아니라 ‘미중 관계’로 부르고 있지 않느냐”며 비켜 나갔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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