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1월 7일 이기준(李基俊)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의 인사파동을 시작으로 이헌재(李憲宰)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최영도(崔永道)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모두 4명의 장관급 이상 고위공직자들이 도덕성 시비로 낙마하자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제부총리를 새로 구하는 과정에서는 유력후보로 꼽혔던 열린우리당 강봉균(康奉均) 의원과 윤증현(尹增鉉) 금융감독위원장이 각각 아들 병역문제와 외환위기 책임론 때문에 결국 기용되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또 낙마까지 하지는 않았지만 유효일(劉孝一) 국방부 차관은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 대대장으로 참여한 경력 때문에, 조영택(趙泳澤) 국무조정실장은 과거 징계를 받은 전력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에 중대한 결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다시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가 개혁노선을 표방하면서도 ‘인력 풀’의 한계로 개발시대에 성장기를 거쳤던 ‘과거 인사’를 기용하다 보니 문제가 속출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례의 경우 뚜렷한 근거 없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의 ‘흔들기’ 때문에 애꿎은 인재들이 다치고 있다고 청와대 측은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 및 규범, 원칙에 따라 공직자의 도덕성이 심판받는 게 아니라, ‘국민정서법’이 우선하고 있다는 항변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직위의 성격에 따라 도덕성의 잣대를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민간 부문에서 능력을 발휘한 유능한 인재들이 공직 진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퍼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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