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영유권 한국에 양보”…日 아사히신문 주간 제안

  • 입력 2005년 3월 27일 22시 48분


일본 언론계를 대표하는 논객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사진) 아사히신문 논설주간이 독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독도의 영유권을 한국에 양보하는 방안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몽상(夢想)’이라는 전제를 달고 조심스럽게 내놓은 아이디어지만 독도 문제에 민감한 일본 내 정서를 감안할 때 한일 관계의 장래를 내다본 용기 있는 제안이라는 평가다.

와카미야 주간은 아사히신문 27일자에 실린 ‘다케시마와 독도, 이를 우정의 섬으로…몽상’ 제목의 기명 칼럼에서 “섬을 양국의 공동관리로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한국이 응하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면서 “그렇다면 아예 섬을 양보하면 어떨까 하는 몽상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그 대신 한국은 이 결단을 평가해 독도를 ‘우정의 섬’으로 부르고, 주변 해역에 대한 일본 측의 어업권을 인정하며, 다른 영토 문제에서는 일본을 지지한다. 또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일거에 끝내 한일 연대에 탄력을 붙인다…”고 썼다.

그는 “섬을 포기한다고 하면 (일본에서는) ‘국적(國賊)’ 비판이 일겠지만 아무리 위세가 당당하더라도 전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섬을 되돌려 받을 전망도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으로선 독도가 ‘어업 외에는 가치가 적은 무인도’인 만큼 원주민들이 반환을 간절히 바라는 북방 영토나 전략적 가치가 높은 센카쿠(尖閣) 열도와는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와카미야 주간은 “이윽고 ‘(일한)병합 100주년’의 날이 온다. 이 시점에서 도량을 보여,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 득을 보는 것이라는 방책은 없는 것인가”라면서도 “아니 (일본은) 그 같은 것이 가능한 나라가 아니다. 따라서 이는 몽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1980년대 초 서울에서 연수하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와카미야 주간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개최지를 놓고 한국과 일본이 경합을 벌일 때도 ‘한일 공동개최론’을 처음으로 제기해 단독 개최를 선호했던 일본 여론을 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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