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조류독감 발생을 시인했다는 점이 우선 다행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한 탓이겠지만, 북한이 외부의 도움을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중국의 경우 2003년 4월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발생했을 때 진상 공개를 미뤘다가 호된 대가를 치렀다. 방역 및 보건체계가 열악한 북한이 조류독감 발생을 은폐했다면 중국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에 빠졌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당국의 공동 대처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북한은 남한의 도움을 요청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북한 방송은 “평양의 닭 공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고만 보도했을 뿐 자세한 상황은 밝히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이 급선무다. 이를 위해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를 먼저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도 2003년 12월 조류독감으로 홍역을 치른 적이 있어서 그때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조류독감 확산 방지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우리 모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북한이 열린 자세만 보여 준다면 남북 공조가 이뤄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런데서 신뢰를 쌓다 보면 더 큰 대화도 가능하고, 새로운 남북협력 모델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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