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달 미국 보잉사와 이스라엘 IAI사 기종을 시험 평가한 결과 IAI사 기종이 군작전요구성능(ROC)에 미달함에 따라 ‘경쟁입찰’이 불가능해졌다며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최근 ROC 수정 절차를 거쳐 다음 달 획득공고를 내고 연말까지 기종을 선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험 평가를 주관한 공군 측은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공군의 한 핵심관계자는 30일 “시험 평가 결과 IAI 기종의 탐지능력이 미흡한 것으로 결론 난 만큼 보잉사를 선정해 가격협상을 벌이는 것이 정상인데도 재평가를 위해 ROC를 변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ROC는 무기의 세부 평가기준인 만큼 국방부의 주장처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말까지 국방부가 ‘시험 평가 후 기종 선정’ 원칙을 강조해 오다가 돌연 사업 재추진으로 돌아선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방부와 공군 간의 대립과 불신이 심각해짐에 따라 예산 문제로 수차례 연기된 EX 사업이 표류하는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군의 한 관계자는 “ROC를 수정해도 국방부의 기대처럼 참여업체가 늘어날지 의문스럽다”며 “이번 사태로 1년 이상 도입이 연기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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