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996년 이후 매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을 몇 %씩 올려 왔으나 올해엔 미군의 비용항목을 일일이 확인해 결정하는 방식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방식을 적용해 올해 방위비 분담금이 지난해보다 600억 원가량 줄어들게 된 것.
이에 주한미군은 미국 측 협상팀을 통해 ‘수용 불가’ 입장을 한국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기자회견을 가졌다는 분석이다.
주한미군의 이번 결정은 미군기지에 근무해 온 한국인 근로자의 대량해고 사태는 물론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미군 ‘사전배치 물자’의 대폭적인 철수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전국 수개소에 전차와 야포, 탄약, 화생방장비 등 유사시 미 본토에서 증원되는 수개 여단 규모의 미군 전력이 사용할 전투장비와 물자를 보관 중이다. 주한미군 측은 방위비 분담금이 줄어들면 사전배치 물자를 제대로 관리하고 유지하기가 불가능해 이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한국군과 공유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술지휘통제(C4I) 체계에 대해서도 부족한 운영유지비를 이유로 한국군의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현재 주한미군은 C4I 체계 중 일부를 한국군의 C4I 체계와 연동시켜 미국 측 군사정보와 U-2 정찰기의 북한지역 촬영자료 등 대북 관련 정보를 한국군에 제공하고 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주한미군이 C4I 체계에 대한 한국군의 접근을 제한하면 한국군의 정보수집 능력 저하는 물론 한미연합작전 수행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주한미군의 이런 반응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진행될 한미동맹 문제 협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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