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강 제1 부상이 북핵 외교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핵 합의의 주역인 그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해 북핵 외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인물이다.
북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이 아닌 강 제1 부상이 직접 나섰다는 것은 6자회담 복귀 문제에 대한 북측 입장이 정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봉주(朴鳳柱) 총리가 지난달 중국을 방문했지만 그는 경제 관료로서 북핵 라인에서는 제외돼있는 만큼 강 제1 부상의 방중이야말로 북-중간 실질적인 북핵 논의의 장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시기적 급박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핵 보유와 6자회담 무기 불참을 선언한 2월 10일 북한 외무성 성명이 6자회담 관련국들의 대북 압박수위를 한층 높였고 북한의 입지도 더욱 좁아지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매파들이 제3차 6자회담 이후 만 1년이 되는 6월을 6자회담 재개의 마지노선으로 정해 유엔 안보리 회부 등 강경책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는 점도 북한에게는 압박 요인이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박 총리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북한을 강력 설득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후 주석의 방북 여부가 핵 문제와 연계돼 있는 점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6자회담 복귀 등 가시적 행동이 없을 경우 후 주석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후원자인 중국의 지지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강 제1부상은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체면을 세우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는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면서 중국측과 집중 조율할 것으로 관측된다.
소식통들은 "북한이 여건만 갖춰지면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혀왔다"면서 "강 제1 부상은 중국측에 회담 복귀에 대한 언질을 주되 6자회담을 북측에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전술적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달 31일 외무성 담화를 통해 "핵을 이미 보유한 만큼 6자회담은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회담 성격을 변질시키려 한 만큼 그의 방중을 6자회담 조기 복귀로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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