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의원들은 개헌 논의를 위한 정부의 준비를 촉구했고,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개헌 논의는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선거구제 개편 문제에 대해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각각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다.
▽개헌=이 총리는 현행 헌법의 문제점을 묻는 열린우리당 이호웅(李浩雄)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의 임기가 5년 단임제라 한 정부가 일을 안정되게 집행할 수 있는 시기가 길지 않다”고 답했다.
또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이라 정부 여당 간 관계가 시기적으로 일치하지 않고, 부정합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의원은 “정부는 헌법에 따른 법률을 실제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개헌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하자는 것은 졸속으로 정략적 개헌을 하자는 것과 다름없다”며 “당장 국회 안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헌법연구위원회와 국민헌법특위를 구성해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권력 집중으로 인한 대통령제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 의원내각제와 양원제로 개헌할 것을 제안했다.
이 총리는 “국회 차원의 논의는 있어도 무방하지만, 정부는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전념해야 하므로 올해는 개헌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거구제 개편=이 총리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현재의 지역구도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할 경우) 어느 지역에선 한 석도 얻지 못하는 당이 생긴다”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그 문제가 부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지병문(池秉文) 의원은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연동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되 권역별로 비례대표 후보를 정해 정당 득표율이 의석 분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소선거구제의 단점을 보완하자는 것. 이 경우 열린우리당은 영남 지역에서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천영세(千永世) 의원은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가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민의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는 제도”라는 주장을 폈다.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1 대 1로 하면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전체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선거구제 개편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은 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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