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맹국과 親한 사람 없다는 기막힌 외교부

  • 입력 2005년 4월 19일 21시 01분


“미국인들보다 더 친미적(親美的)인 사고의 한국인들이 걱정”이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터키 발언과 관련해 외교통상부가 “우리 안에는 친미파가 없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노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 끝에 “실무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일하는 사람들에겐 시대의 흐름과 변화가 불편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한 데 대해 한 신문이 “외교부 안의 친미파를 겨냥한 것”이라고 보도하자 “우리는 아니다”면서 펄쩍 뛰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믿고 싶지 않을 정도다. 외국에 나가서 ‘친미파’를 공격한 국정 최고책임자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외교부까지 이렇게 나와야 하는가.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이다. 세계 어느 나라 외교부가 “우리는 동맹국과 친한 사람이 없다”고 외치는 걸 보았는가. 이런 정부를 위해 국민은 1인당 연간 300만 원이 넘는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친미파가 있다고 해서 그게 무슨 문제인가. 미국을 잘 알고, 그쪽 인사들과 교분도 두터운 외교관이 많아야 대미(對美)정책도 성공할 수 있다. 아직도 일본, 대만에 비하면 미국과의 인적 네트워크가 취약한 한국이다.

외교부가 대통령 발언의 불똥이 튈까봐 이런 식의 해명을 한 것이라면 더 문제다. 외교관이 존경받는 것은 정권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교관의 전문성과 대외 친화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외교부가 북돋워야 할 중요한 덕목들이다. 외교부는 이번 일로 세계 각지에서 땀 흘리고 있는 우리 외교관들의 자존심마저 짓밟지 않았는지 맹성(猛省)해야 한다.

외교부뿐이 아니다.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친미적 인사(人士)란 미국에서 공부하고 영어가 유창한 인사들로, 그들이 개인의 생각을 마치 전체 한국인의 생각인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문제”라는 막말까지 한다. 이러고도 해외홍보가 잘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친미가 죄가 되는 세상을 만들 작정이 아니라면 누구도 국민을 친미, 반미로 가르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국익관(國益觀)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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