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당시 대통령국정상황실에 ‘대외비’로 분류해 보고했던 ‘철도청의 러시아 유전개발업체 인수계획 무산 위기’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이 사업의 재원 조달이 어렵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철도청이 러시아 유전개발업체에 지급할 인수대금 잔금 630억 원을 조달하기 위해 우리은행 및 미국계 펀드인 ‘ASL’과 접촉하고 있으나, 양쪽 다 여의치 않다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결론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철도청이 사업타당성, 투자유치, 국제법 등 유전개발 시 요구되는 복잡한 사항들을 간과했다고 경솔함을 지적하고 있다”며 “관계기관이 협의해 사업 타당성을 면밀히 재검토해 추진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상 철도청이 추진하는 이 사업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과연 국정원이 당시에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연루 의혹을 비롯해 이 보고서에 담지 않은 다른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느냐 여부다.
이 문건에는 지난해에 이 의원을 찾아가 이 사업의 도움을 요청했던 전대월(全大月) 씨가 운영한 ‘하이앤드그룹’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하이앤드와 철도청이 35% 대 65% 지분 비율로 ‘한국크루드오일(KCO)’이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나 하이앤드의 자금 부족으로 철도청이 95%까지 지분을 매입했다는 내용이다. 국정원이 만일 전 씨의 동향을 파악했다면 이 의원 연루 문제도 당시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이 문건에 배포처로 명시돼 있는 정책기획수석비서관 및 경제보좌관실에서는 “당시에 이 문건을 전달받았는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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