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당국자가 보도 내용을 부인하면서 파문은 일단 잦아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될수록 북한도 핵실험에 대한 유혹을 더욱 강하게 느낄 것이란 관측이 많아지고 있다.
▽‘북한 핵실험설’ 보도 파문=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 핵실험 메시지가 ‘긴급 외교문서(emergency demarche)’라는 형식으로 중국에 전달됐고 한국과 일본에도 같은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 신문은 미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첩보위성이 북한 내 미사일 기지 및 지하 핵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의심되는 몇몇 장소에서 눈에 띄는 움직임을 찾아냈다”고 전했다. 물론 “첩보 내용은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고 단서를 달긴 했지만, 핵실험 준비설의 정황증거로 읽히기 충분했다.
신문은 또 “문제의 메시지에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이미 완성 단계에 있기 때문에 핵실험의 사전 징후를 포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핵실험 준비설’ 보도는 23일부터 시작된 크리스토퍼 미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한중일 순방과 맞물리면서 증폭됐다.
그러나 미 행정부 당국자는 “뭔가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은 아니다”며 보도 내용을 일축했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도 이날 “미국은 단순히 예방적인 우려 표시 차원에서 그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북-미,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워싱턴포스트, LA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북한의 최근 언사가 미국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LA타임스는 특히 23일자에서 “미국이 중국에 ‘북한의 (공격적인) 수사(修辭)의 톤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요청과 우려 표시가 ‘핵실험 준비설 통보’로 번졌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달 들어 △6자회담을 동등한 핵보유국인 미국과 북한 사이의 군축회담으로 전환하자 △핵물질을 테러그룹에 넘길 수 있다 △평북 영변의 원자로를 최근 가동 중단한 것은 플루토늄 추출 목적이다 등의 발언을 끊임없이 쏟아냈다.
다분히 자신들의 ‘핵 보유 선언’을 무시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주의를 끌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그 관심 끌기의 종착역은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일부 미 행정부 당국자의 견해를 전하기도 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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