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론’에 대해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이 최근 이 같은 지적을 하고 나섰다.
‘강한 러시아’를 표방하고 2000년 3월 러시아 대통령으로 당선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채택한 동북아 지역에서의 러시아 영향력 확대를 위한 ‘종합 프로젝트’가 바로 균형자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신범식(辛範植)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러시아는 직접적으로 ‘균형자’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가 동북아 지역, 특히 한반도에서 취하고 있는 입장과 목표는 균형자와 일맥상통한다”며 “구체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견제와 협력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근식(金根植)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미국과 중국에 비해 상대적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러시아가 ‘균형자 역할’과 ‘다자간 안전보장’을 표방하며 동북아에서의 역할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러시아는 경제적으로는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의 개발을 장기적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상정했으며, 군사적으로는 다자간 안전보장을 통해 동북 국경 지역의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신 교수는 “중국의 부상과 미일 간의 밀월을 견제한다는 의미에서 균형자를 자임하는 러시아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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