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박물관은 이날 오후 금강산을 통해 사흘 전 서울에 도착해 박물관 지하수장고에 보관돼 있던 고구려 유물 60점의 특수포장을 하나씩 뜯어내고 유물 상태를 정밀 점검했다. 이들 유물은 5월 7일부터 일민박물관에서 열리는 고려대 개교 100주년 기념 ‘고구려 특별전’에서 일반에게 선보인다.
유물들은 각기 작은 상자 안에 한지 및 솜뭉치와 함께 포장된 다음 ‘북남역사학자협회 앞, 조선중앙역사박물관’이라고 찍힌 큰 오동나무함 안에 여러 겹의 스펀지와 함께 넣어져 있었다. 박물관 관계자는 “누가 일부러 팽개치지 않는 한 아주 안전하게 특수포장된 상태에서 이동해 왔다”고 말했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유물은 강원 철령에서 54개의 철제 말과 함께 출토된 사신(四神). 청룡 백호 주작 현무 4개의 철제상은 녹이 슬어 3세기경의 정교한 모습을 많이 잃었지만 1000년의 시간을 넘어 그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이어 평양 대성산에서 나온 돌함과 불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멍이 뚫린 돌함 안에서 나온 남녀 조각상은 각각 높이 8.5cm와 5cm에 불과했지만 지팡이 끝 불꽃무늬 장식이 가볍게 흔들리는 듯 생생하게 표현돼 그 정교함을 과시했다.
고구려 금동장식품의 대표격인 해뚫음무늬 금동장식과 불꽃뚫음무늬 금동관도 고구려의 찬란했던 문화를 보여주듯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 빛을 발했다.
최광식(崔光植) 박물관장은 “22일 금강산에서 북측으로부터 유물을 인수할 당시에도 이미 4시간에 걸쳐 상태를 점검했지만 북한의 국보인 만큼 무사히 전시를 마친 뒤 온전히 돌려줘야 한다”며 “100% 안전을 위해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