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박태원이 자유주의적 모더니즘 문학 노선을 갖고 있다가 월북 후 노선이 완전히 바뀌어 북한의 전쟁 이데올로기에 철저하게 따른 선전선동 문학을 구사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은 일제강점기에 사회주의 문학을 적극적으로 하거나, 광복 후 친북 문학을 한 적이 없었다. 우 교수는 “그 같은 박태원이 어떻게 북한에서 생존할 수 있었는지가 여태껏 미스터리였는데 ‘조국의 깃발’이 이런 의문을 풀어주게 됐다”고 말했다.
‘조국의 깃발’은 1950년 7월 경북 영덕의 달걀고지에서 1개 중대 인민군이 1개 연대의 국군과 미군을 격파하는 ‘영웅적’ 전투를 담고 있다(물론 이는 허구다). 소설에서 6·25 전쟁은 ‘남조선 괴뢰의 북침’으로 촉발된 것으로 나온다. 인민군 김봉철은 단신으로 적의 자동화기를 섬멸하고, 리영일은 어머니의 한을 풀기 위해 적을 격파한다. 노동당도 전투의지를 북돋운다.
“당증도 피가 배여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소대장 동무가 저의 목숨이 다하는 마당에 있어서도 오히려 결코 잊는 일 없이 외친 ‘로동당 만세’ 소리가 이제 다시 그의 귀에 쟁쟁히 울린다. 아아, 동무의 원쑤를 기어이 갚고야 말리.”
우 교수는 “박태원은 1950년 인민군 작가로 낙동강 전선에 투입됐다”며 “이 소설은 전쟁 중인 1952년4∼6월 북한 ‘문학예술지’에 연재됐다”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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