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거듭된 6자회담 거부로 미국이 마침내 회담을 포기하고 북핵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인지, 이보다 더 강력한 대북(對北) 경제제재나 해상봉쇄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인지 정부는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
정부는 제3차 6자회담 결렬 이후 1년 가까이를 ‘6자회담 재개 가능성’에만 매달린 채 다른 대안에 대해선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거론 자체를 꺼려 왔다. 올해 들어서만도 북한의 핵 보유 선언, 원자로 가동 중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이 이어졌지만 단 한번의 유감 표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고 이제 와서 ‘중대 국면’이라니 국민이 아무 걱정 없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나마도 반 장관의 ‘중대 국면’ 표명은 늦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조지프 디트러니 미 대북협상 전담 대사는 어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핵문제는 물론 인권, 탄도미사일, 마약 밀매 등 북한의 모든 범죄 행위가 해결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핵문제만 풀리면 관계정상화를 할 수도 있다’던 기존 방침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인 것이다. 이 말은 곧 지금의 김정일 정권과는 관계정상화를 안 하겠다는 말처럼 들린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진 만큼 정부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6자회담이 끝내 불발돼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회부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당장 개성공단을 비롯한 대북 경협사업은 계속할 것인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에는 또 어떻게 할 것인지, 한미(韓美) 공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설명과 대책이 있어야 한다.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상황은 이제 우리가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실제 상황’으로 접어들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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