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재 고민중… 北 “門 안닫았다”

  • 입력 2005년 5월 10일 0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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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최근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핵 위기 해결의 단초가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중국은 그동안 북핵 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미국에 유연한 자세를 요구하는 등 북한을 감싸왔다. 그러나 6일 한중 외교장관회담과 8일 한중 정상회담에선 대북(對北) 발언의 강도를 높였다.

중국의 태도 변화가 주목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때문. 국제사회는 중국이 작심하고 나서면 북한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 북한의 교역규모는 14억 달러로 북한의 총 교역규모 24억 달러의 58%에 이른다. 북한은 식량과 에너지 부족분의 40% 정도를 매년 중국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중국의 동의 없이는 북한이 전쟁을 하고 싶어도 못 한다는 분석도 있다.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9일 “중국의 지난해 대북 투자액은 2억 달러로 평양에 주재하는 중국 기업인만 4000명이 넘으며 평양에서는 (중국의) 위안화가 정식 화폐로 통용될 만큼 중국은 북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 뒤 “미국과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를 한다 해도 중국이 동조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2003년 미국 중국 북한의 3자회담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 북한은 3자회담을 거부하다 중국이 그해 3월 사흘간 대북 원유 공급을 크게 줄이자 결국 회담에 나왔다.

물론 중국이 이번에도 북한이 6자회담에 나오도록 실질적 압박을 가할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넣으면 북한의 반발로 북-중 관계의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재호(鄭在浩)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은 대북 지렛대를 사용했을 경우의 악영향과 핵 문제 해결 등의 실익을 면밀히 계산해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북한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위기를 고조시키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계속 요구하고 있어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3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주권국가”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8일 “(이 같은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미국 측과 직접 만나 확인해 보고 최종결심을 하겠다”고 밝혔다.

북측은 특히 “회담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을 확인해 보자는 실무적 절차일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양자회담’ 형식이 아니라 실무접촉 차원의 만남을 미국에 요구하고 있다는 뜻으로 북한이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는 북-미 간 ‘뉴욕채널’의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낳고 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에 대해) 대화를 하겠다는 것이 주요 메시지가 아니라 ‘미국이 성의를 보이면’이라는 부분이 북한이 전하고자 하는 진의”라며 “회담이 열리지 않는 원인을 미국에 돌리려는 전형적인 북한의 태도”라고 평가했다.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최완규(崔完圭) 교수는 “북한이 대화를 통한 해결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미국에 양보할 의지가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대화가 열리더라도 북핵 문제 해결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1994년 6월 1차 북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및 잇단 북-미 대화로 위기를 넘긴 것처럼 이번에도 미국과의 막판 대화를 통한 위기 극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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