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명씨 본격 수사…검찰, 허문석씨 해외도피 관여 조사

  • 입력 2005년 5월 13일 03시 02분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개발 투자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홍만표·洪滿杓)는 12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李基明·69·현 이광재 의원 후원회장) 씨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검찰은 이 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해외 잠적) 씨가 지난달 초 감사원 감사 직후 해외로 출국한 과정에 관여했는지 조사 중이다.

허 씨는 해외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난달 초 해외로 출국하기 직전 이 씨를 만났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과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허 씨를 출국시킬 필요가 있었던 사람이 결국 사건의 핵심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누군가 허 씨를 출국시킨 것은 이번 사건을 덮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정치권 배후와 관련해 허 씨가 차지하는 비중이 당초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전했다.

한편 검찰은 전날 구속된 김세호(金世浩·사건 당시 철도청장)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지난해 9월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맞추기 위해 유전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정황을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건 관련자들이 ‘김 전 차관이 대통령의 러시아 일정과 연관지어서 사업을 추진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과 관련지어 무리하게 사업 추진을 한 이유가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정치권의 입김에 의한 것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지난해 9월 중순 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수행을 앞둔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을 직접 찾아가 유전사업 협조 요청을 한 것과 관련해 조만간 이 장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지난해 8월 31일 김 전 차관의 지시를 받은 왕영용(王煐龍·구속) 당시 철도청 사업개발본부장에게서 유전사업에 대해 보고받은 김경식 대통령산업정책비서관실 행정관이 ‘윗선’에 보고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지난해 9월 철도교통진흥재단에 650만 달러를 대출해 준 과정에 정관계 인사들이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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