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8∼12일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방문차 국내 자리를 비운 사이 철도청(현 한국철도공사) 러시아 유전개발 사업 의혹사건의 불똥이 측근인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과 이기명(李基明) 씨 쪽으로 본격적으로 옮아붙었다. 이에 청와대 참모들은 “이번에도 부재중에 불길한 일이 발생하는 징크스가 나타났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게다가 귀국 하루 전날인 11일에는 북한 외무성이 폐연료봉 인출을 완료했다고 발표해 설상가상의 형국이 됐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해외출장 때 국내에 남은 참모들은 “대통령이 안 계시면 약간 긴장이 풀어지게 마련인데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져 더 정신이 없다”고 말한다. ‘부재중 징크스’는 첫 해외출장이던 2003년 5월 미국 방문 때부터 계속되고 있다. 방미 기간 중에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졌고, 뉴욕에 머물던 노 대통령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청와대 당직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아 격노했던 기강해이 사건까지 터졌다.
2003년 10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을 때도 측근인 최도술(崔導術)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의 비리가 불거졌다. 2004년 10월 인도 방문 때는 서울시청 앞에서 보수단체 회원과 종교계 인사 10만여 명이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를 외치며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를 벌였다. 당시 노 대통령은 동포간담회 도중 “한국에서 대규모 시위가 났답니다”라며 씁쓸해했다.
해외 방문은 아니지만 2003년 여름휴가 때에는 양길승(梁吉承) 전 대통령제1부속실장의 청주 나이트클럽 술자리 사건이, 올해 2월 제주로 휴식을 취하러 떠났을 때에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처음 공식 선언하는 굵직한 사안이 터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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