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런틴’은 본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차단 검역이나 국경지대의 검역 또는 검역소를 뜻하지만 외교 군사적 제재의 일환으로 가해지는 차단 조치를 뜻하기도 한다. 이는 1962년 쿠바 미사일위기 당시 소련과 대치하던 미국이 핵미사일의 쿠바 반입을 막기 위한 군사작전이라는 뜻으로 ‘봉쇄(blockade)’ 대신 사용하면서 잘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요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전략가들에게 ‘쿼런틴’은 북한의 핵물질 밀거래를 막기 위한 항공기 열차 트럭 등의 수색을 의미하지만, 대북 포용정책을 지향하는 한국에는 교류 활성화를 위한 검역을 지칭한다는 것. ‘쿼런틴’을 둘러싼 이 같은 차이는 한미 간 대북 인식의 격차를 잘 보여 준다는 것.
예컨대 부시 대통령은 유엔이 회원국들에 핵물질 밀거래를 막기 위해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을 수색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확산방지구상·PSI)을 추진 중인 반면, 한국은 남북교류를 강화해 한반도 안보를 개선한다는 상반된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특히 남북한 동물원이 보유한 동물들을 서로 교환하고 남한의 소방헬기가 비무장지대 내의 산불 진화를 위해 파견되면서 휴전선의 일부 구간은 점점 더 ‘베를린 장벽’이 아닌 ‘스위스 치즈’(단단하고 큰 구멍이 많음)를 닮아가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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