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원 “학생운동 동지들 배신안하려 손가락 잘라 혈서썼다”

  • 입력 2005년 5월 20일 04시 16분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은 19일 자신의 홈페이지(www.yeskj.or.kr)에 글을 올려 1986년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쓴 이유와 당시 상황에 대해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 내용에 모순과 의문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왜 거짓말 했나=이 의원은 ‘제 삶의 상처에 대해 밝힙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1986년 봄) 열사의 분신과 고문 소식이 잇따르던 어느 날, 손가락을 버렸고 태극기에 혈서를 썼다”고 했다.

2003년 4월 본보 취재팀에 “공장에서 사고로 잘렸다”고 한 말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 하지만 거짓말을 한 이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다만 이 의원은 보좌진에게 “손가락을 자를 당시의 상황을 일일이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고 싶었다”며 본보에 거짓말을 했음을 사실상 시인했다고 한다.

이에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은 “이 의원이 2003년 당시 손가락을 잘린 개인 주물공장이 있던 곳이라며 취재기자를 부평까지 데려가는 등 ‘거짓말 쇼’를 한 데 대해서는 최소한의 해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2003년 10월 11일 국회 운영위원회 답변에서는 “군대 안 간 이유가 뭐냐”는 한나라당 김학송(金鶴松) 의원의 질의에 “자료로 설명하겠다”고 비켜갔다가 “1986년 대학교 때 다쳤다”고 대답했다.

▽병역 기피용이었나?=이 의원은 해명 글에서 투옥과 분신 등으로 점철된 1985년 말, 1986년 초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군에 가는 것 자체는 두려운 것이 아니었으나 군에 입대하면 즉시 보안사(국군보안사령부)에 끌려갈 것이요, 고문에 못 이겨 동지의 이름을 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것은 제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 뒤 ‘손가락을 잘라 혈서를 썼다’는 내용을 적었다.

단지로 인해 병역면제를 받기는 했지만 이는 ‘학생 운동 동지’를 보호한다는 대의명분에 의한 것으로, 단순 병역기피 목적만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모순이 있다. 이 의원은 ‘군에 가는 즉시 보안사에 끌려갈 것’을 우려했다면서 단지 후인 5월 28일 강원 춘천의 입영부대에 입소해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2003년 본보 취재팀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배돼 검거되면 감방에 갈 신분이었다. 군 기피를 목적으로 손가락을 자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수배 중’이었다면서 왜 검거 위험을 무릅쓰고 입소했을까.

혈서를 쓰기 위해 굳이 군 면제가 되는 오른손 검지를 잘랐느냐 하는 점에 대해서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순전히 혈서를 쓰기 위해서라면 손가락을 뼈까지 자를 필요도 없고, 그런 사람도 없다.

▽다시 입 다문 이광재=이 의원은 ‘말 바꾸기’를 지적한 본보의 보도(19일자 A5면)가 나간 19일 오전 지역구인 강원 평창으로 내려가 언론과의 접촉을 끊었다.

본보는 △당시 왜 거짓말을 했는지 △부평 공장에 위장 취업했다는 것은 사실인지 △단지 후 혈서를 쓰는 게 가능한지 △혈서를 썼다는 태극기를 공개할 수 있는지 △단지를 한 구체적인 동기와 경위는 무엇인지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했으나, 이 의원은 “(러시아 유전사업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 후에 보자”며 거절했다.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해명과 문제점
해명의문점
-동지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자르고 혈서를 썼다.(2004년 총선 전 펴낸 저서 ‘우통수의 꿈’과 2005년 5월 19일 홈페이지에 올린 글)-2003년 4월 동아일보 취재 때는 ‘공장에서 잘렸다’며 인천 부평으로 안내까지 했으나 확인 안 됨.-뼈까지 잘린 ‘중상’ 상태에서 지혈 등 응급처치를 하지 않고 혈서를 쓸 수 있나.
-군 기피 목적은 없었다.(홈페이지 글)-왜 하필 군 면제가 되는 오른손 검지를 잘랐나.
-1986년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수배 중이었다. 검거되면 감방으로 간다. 병역면제를 위해서라면 굳이 손가락을 자를 필요가 없었다.(2003년 4월 동아일보 취재 때 답변)-1986년 5월 춘천입영소에서 병역면제판정을 받았는데, 수배 중인 상황에서 검거 위험을 무릅쓰고 입대한 이유가 석연찮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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