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열린우리당 내에서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당이 정국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속 의원과 관련한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당 지지도가 바닥권으로 추락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대마저도 흔들리나?=열린우리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에 비해 20, 30대 연령층에서 강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지노선’으로 믿었던 젊은 층의 이탈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20대 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에 0.1%포인트 뒤지는 등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한나라당에 열세를 보였던 것.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이 16일 대학생들을 향해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다”라고 한 발언도 20대를 자극했다. 유 의원은 발언 직후 “나의 뜻이 왜곡됐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인터넷엔 누리꾼들의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광재(李光宰) 의원의 단지(斷指) 후 병역기피 의혹도 20, 30대 젊은 층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병역논란으로 반사적 이득을 본 경험이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소속 의원의 ‘병역기피 논란’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형준(金亨俊)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20대 초반 연령층이 여당 지지층에서 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의 ‘20대 보수화’ 논리에 동의할 순 없지만 여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대의 벽에 포위되나=40, 50대 이상에선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고착화되는 형국이다. 이는 여권의 핵심 세력인 386세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데서도 감지된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기관이 386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부정적 응답이 높았고, 특히 50대에선 부정적인 응답이 62.3%로 긍정적인 응답(25.3%)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노인 투표’ 관련 발언도 60대 이상 연령층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4·30 재·보선 후 제기되고 있는 당 개혁 논의도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 지도력 공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주도권을 노리고 당내 각 진영이 기간당원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와 실용그룹을 중심으로 공직후보자 당내 경선 때 기간당원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을 병행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개혁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 의장과 원내대표 간 ‘투톱 체제’에 이상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4월 당의장에 당선됨으로써 국회정보위원장직을 내놓아야 하지만 두 달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양측의 신경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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