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어이할꼬, 떠나는 20代”

  • 입력 2005년 5월 24일 03시 07분


“왜 자꾸 惡材만…”23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왼쪽부터)의 표정이 무겁다. 열린우리당은 개혁과 실용파 간의 갈등에 지도력 부재 등으로 지지도가 바닥권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동주  기자
“왜 자꾸 惡材만…”
23일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에 참석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 정세균 원내대표,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왼쪽부터)의 표정이 무겁다. 열린우리당은 개혁과 실용파 간의 갈등에 지도력 부재 등으로 지지도가 바닥권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동주 기자

“기댈 언덕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열린우리당 내에서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다. 당이 정국주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소속 의원과 관련한 각종 악재가 잇따르면서 당 지지도가 바닥권으로 추락하고 있다.

당직자들은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고 있다.

▽20대마저도 흔들리나?=열린우리당은 그동안 한나라당에 비해 20, 30대 연령층에서 강세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마지노선’으로 믿었던 젊은 층의 이탈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열린우리당은 20대 지지율에서도 한나라당에 0.1%포인트 뒤지는 등 3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한나라당에 열세를 보였던 것.

유시민(柳時敏) 상임중앙위원이 16일 대학생들을 향해 “취업에 관한 책임은 각자가 지는 것이다”라고 한 발언도 20대를 자극했다. 유 의원은 발언 직후 “나의 뜻이 왜곡됐다”고 파문 진화에 나섰지만 인터넷엔 누리꾼들의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다.

이광재(李光宰) 의원의 단지(斷指) 후 병역기피 의혹도 20, 30대 젊은 층에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병역논란으로 반사적 이득을 본 경험이 있는 열린우리당으로서는 소속 의원의 ‘병역기피 논란’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형준(金亨俊)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최근 들어 20대 초반 연령층이 여당 지지층에서 빠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의 ‘20대 보수화’ 논리에 동의할 순 없지만 여당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대의 벽에 포위되나=40, 50대 이상에선 열린우리당에 대한 반감이 고착화되는 형국이다. 이는 여권의 핵심 세력인 386세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우세한 데서도 감지된다.

지난달 한 여론조사기관이 386세대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부정적 응답이 높았고, 특히 50대에선 부정적인 응답이 62.3%로 긍정적인 응답(25.3%)보다 2배 이상으로 높았다.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노인 투표’ 관련 발언도 60대 이상 연령층엔 여전히 ‘앙금’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꺼지지 않은 갈등의 불씨=4·30 재·보선 후 제기되고 있는 당 개혁 논의도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되면서 지도력 공백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 주도권을 노리고 당내 각 진영이 기간당원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당 지도부와 실용그룹을 중심으로 공직후보자 당내 경선 때 기간당원제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다른 방식을 병행하자는 주장이 나오지만 개혁파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 의장과 원내대표 간 ‘투톱 체제’에 이상 징후도 감지되고 있다. 문희상(文喜相) 의장이 4월 당의장에 당선됨으로써 국회정보위원장직을 내놓아야 하지만 두 달째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양측의 신경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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